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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an 18. 2024

원고 쓰기 - 어디 물어보기는 사소한 물음(2)

#12. 경어체와 맞춤법


※ 이전화 <원고 쓰기 - 누군가에게 말하기에는 사소한 물음(1)>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원고를 쓰며 소소한 고민이 생길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죠. 지금 생각하면 사소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도 중요하게 느껴져서 걱정도 되고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면 주로 다양한 책을 보며 방법을 찾거나, 편집자님과 상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지요.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사소하지만 그때는 너무도 중요했던 물음들, 오늘 그 후반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궁금증 셋. 경어체로 써도 괜찮나요?

 저는 문장의 종결 어미를 '~합니다'처럼 경어체로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도 초창기부터 경어체로 쓰던 버릇이 되어, 원고 쓸 때도 자연스럽게 경어체로 쓰기 시작했는데요. 브런치용 글을 쓸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출간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불안감에 이렇게 써도 괜찮은지 고민이 되었죠. 

 직접 서점에 가서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출간된 책을 훑어보니 체감상 평어체와 경어체의 비중은 대략 9:1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짐작대로 대부분의 책은 경어체보다 '~이다'로 끝나는 평어체가 훨씬 더 많았죠. 이제라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쓰던 버릇이 있던지라, 다시 고쳐 쓰려니 뭔가 자꾸 어색하게만 느껴졌지요. 이번에는 그냥 경어체로 출간을 하고, 생각이 변한다면, 다음 기회에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익숙해진다면 평서체가 더 편하긴 합니다. ' ~입니다'의 경어체 경우 어미 변주가 어렵기 때문이죠. '~니다'로만 하면 왠지 어색하기에 중간중간 '~이죠'. '~이지요'. '~이고요' 등 변화를 주어야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은근히 까다로운 측면이 있지요. 물론 매끄럽게 다듬어지면 평어체보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건 장점입니다.

 아무래도 장르나 글의 특성에 맞게 선택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에세이를 주로 쓰고 있기에, 친근함과 말맛을 살리고 싶어서 '경어체'를 택했지만, 나중에 소설이나 다른 장르를 쓰게 된다면 평어체에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궁금증 넷. 문법 오류(맞춤법 등)를 완벽히 잡아낼 수 있나요?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그다지 문법 오류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있는 맞춤법 검사 기능을 활용하기도 했고, 그래도 헷갈리는 문법은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해결했지요. 하지만 출간은 달랐습니다. '이 책이 전국 서점에 깔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더욱 신중해집니다. 국문학 전공자가 비문을 찾아내면 어떡하지, 기본 문법도 모르면서 책을 내느냐고 욕하면 어떡하지 등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지요.

 그래도 기획 출판을 하는 경우에는,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종의 안전장치(?)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놓친 부분은 편집자님이 잡아주시겠지라는, 일종의 믿는 구석이 생기는 거죠. 편집자의 편집 이후에 교정교열 전문가에게 3차 검토를 거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도 모두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자도 어느 정도 원고를 쓰면서 최대한 오류가 없도록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내 선에서 최대한 마무리지어본다는 마음을 갖는 게 좋지요. 문법 관련 서적, 맞춤법 프로그램, 인터넷 검색 등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제 경우에 원고를 쓰며 맞춤법 검색기는 기본으로 돌렸고(물론  검색기도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기에 한 번 더 점검이 필요합니다), 국어사전이나 국립국어원의 사례,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뉴스 기사에서의 쓰임을 검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신문 기사에서는 표준이나 맞춤법을 정확히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기사가 완벽하지는 않기에, 기사마다 용례가 다를 경우에는 최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대다수의 흐름에 따릅니다. 



 +++ 궁금증 더하기

 '필명으로 낼 것인지'도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필명으로 내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책의 나온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실명으로 해야 하나, 갈등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이 필명이 너무 마음에 들지만, 시간이 흘러서 바꾸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민 끝에 지금의 필명으로 내는 것이 현시점에서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님 역시 북극성, 길동무, 몽중인, 윤정 등 다양한 필명을 사용해서 글을 쓰셨다는 말도, 생각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차하면 다음 책에는 다른 필명으로 낼 수도 있고, 아니면 실명으로 쓸 수도 있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지요.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화에 이어서 원고를 쓰며 느낀 사소한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원고 작업 당시에 느꼈던 물음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원고 쓰기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사소한 것도 궁금해지는 이유는 첫 책이라 경험이 적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불안할 때 자꾸 다른 사람 의견으로 확인받아서 안심하고 싶고, 답을 찾고 싶은 심리가 발동되어서 더 궁금증이 증폭되는 거죠. 하지만 정답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은 결정을 위한 참고로만 활용하셔야 할 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험합니다. 궁극적으로 출간되는 것은 다른 이의 책이 아닌 '나의 책'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스스로' 판단하여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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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 역시도 그럴 겁니다.

원고를 쓰며 사소한 물음을 마주하고,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쳐가겠지요.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해도 풀 수 없는 궁금증이 있다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한 번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인생이 그러하듯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써도, 저렇게 써도, 그 나름대로 모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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