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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an 11. 2024

원고 쓰기 - 어디 물어보기는 사소한 물음(1)

#11. 인용과 분량



 원고를 쓰다 보면 크고 작은 물음과 마주합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한 문제는 대부분 주변에 묻거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여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쓰며 생기는 궁금증은 딱히 어디에서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무어라 물어야 할지도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큼직큼직한 질문이야 자료 서치를 하다가 답을 얻기도 하지만, 사소한 질문들이 참 모호했습니다. 누구에게 묻기도 애매하고, 하지만 궁금하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여러 책(주로 에세이, 글쓰기 작법 관련 책)들을 훑어보거나, 편집자님에게 물어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참 심각했던 문제였지만, 출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고민할 문제가 아닌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고를 쓰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첫 출간 원고 작업 당시에 고민했던 누구에게 말하기 사소한 질문(하지만 그때는 너무도 중요했던)을 공유합니다.





궁금증 하나, 인용구를 쓰면 안 되나요?

 원고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말이나 글을 인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전에 접했던 문구 중에 인상적이었던 글귀를 공유하고 싶거나, 또 유명인의 명언을 언급하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글에 설득력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인용구를 활용하면 더 편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해 잘 다듬어진 말, 멋들어진 표현의 글귀를 인용하면 무언가 글 전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원고 분량을 채우는 것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저 역시 초반 브런치에 썼던 글에 인용구를 활용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자료 서치를 하다가 알게 된 좋은 문장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이기도 했고, 어느 특정한 상황이나 마음을 잘 표현해 낸 문장을 보면 내가 쓰는 것보다 차라리 인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출간을 위한 원고를 쓰면서는 '되도록 인용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인터넷상에 올리는 글과 다르게 책으로 출간되는 글은 그래도 저자의 생각을 주로 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담당 편집자님 역시 인용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습니다. 저작권료 지급 문제도 얽혀있고(특히 노래 가사는 좀 더 복잡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편집하는 입장에서도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는 편이 좋다고 말씀하셨죠. 

 과연 다른 작가들은 얼마나 인용을 할까 궁금해서 시중 서점에서 여러 책들을 훑어보기도 했습니다.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각종 인용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책도 있었고,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 책도 있었으며, 인용이 거의 없는 책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에 따라 인용의 필요성이 달라지겠지만, 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저자의 생각이 담긴 것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궁금증 둘, 어느 정도의 분량이 적당한가요?

 원고 최종 분량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적절한지 헷갈렸습니다. 최종 원고를 갈무리하면서도 이 정도 분량이면 괜찮은 건지 감잡기가 어려웠지요. 물론 시중에 나와있는 책 두께를 보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아주 얇은 책부터, 벽돌처럼 두꺼운 책까지, 정해진 답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 책을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 너무 분량이 적어도 '내용이 부실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분량이 너무 많아도 '내용이 장황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딱 필요한 내용만 콤팩트하게, 하지만 부실하지 않은 내용으로 원고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통상 단행본의 경우에는 원고지 600-700매 정도의 분량을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와 비슷하게 원고 작업을 하려 노력했고, 원고 쓸 때에도 수시로 체크하며 나름의 분량 조절을 하곤 했습니다. 담당 편집자님과 최종 논의하여 이 정도면 적절할 것 같다는 지점으로 분량을 맞추었지요. 또한 원고 분량은 판형 및 인쇄 형태에 따라 많아 보이기도, 적어 보이기도 합니다. 출간된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는 폰트 크기가 작고 여백이 좁은 편이라 두께가 얇게 나왔는데요. 만약 폰트 크기가 지금보다 크고 여백이 많게 구성되었다면 두께감이 지금보다는 더 있었을 겁니다. 판형 및 인쇄 형태를 결정하는 건 사실 예산 등의 문제로 출판사 재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저자가 완성 원고를 인도하고 나서 편집까지 거치고 나면, 출판사 내부회의를 거쳐 결정되지요. 그러므로 저자 입장에서 책의 두께를 미리 고민하기보다, 원고 분량이 고민된다면 중간중간 편집자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혹은 출판계약 미팅 때 분량에 관해 협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그때는 그토록 고민스러운 내용이었건만, 지금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을 쓰지 않는 독자님의 경우에는 '이런 걸 고민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기도 하네요^^;;

 

 어쩌면 첫 원고 작업이기에 사소한 걱정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가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출간이라는 산이 처음이기에 거대해보이고, 마치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무언가 큰일 날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은 쪼그라들고 사소한 것도 괜한 노파심에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고 나면, '별 것 아니었네'라고 느끼게 되는 날이 분명히 옵니다! 

 그날을 생각하며 힘내셨으면 좋겠고, 혹시 원고 작업 중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작가에게 제안하기'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 <원고 쓰기 - 어디 물어보기 사소한 물음>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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