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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Feb 01. 2024

어쩌자고 책을 내겠다고 해서….

#14. 슬럼프, 슬럼프! 슬럼프?




어쩌자고 책을 내겠다고 해서…….


 원고 작업 중 너무 힘들 때면 이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등의 생각 말이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나 좋다고 원고를 쓰고 있는 건데, 그래서 어디 불평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는데, 종종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조력이 불가능한 '글쓰기'의 특성상,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끔은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도움이라는 것이 단순히 에피소드 선택이나 큰 얼개에 대한 조언 정도일 뿐, 결국 본 작업을 온전히 혼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 외롭고도 힘들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를 풀었던 방법을 떠올려보면 너무도 소소합니다. 일정 분량 이상의 원고 작업을 마치고 난 뒤에 뒹굴거리며 유튜브를 보거나, 맥주 한 잔 하거나, 친구에게 전화 걸어 위로를 받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등의 방법이었죠. 하지만 이렇게 소소한 일탈을 해도, 마음 언저리에는 항상 마감의 압박감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글도 얼른 써야 되는데'의 불편한 마음이죠.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싫어서 딴짓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혼자 끙끙대다가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어서려 할 때면, 같이 글을 쓰는 처지(?)에 있거나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의 조언이 절실해지곤 했습니다. 모든 위로가 그렇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위로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되지요. 첫 책 원고 작업 당시에는 주변에 딱히 글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주로 책을 통해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보았습니다. 다들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했는지, 도움이 될 만한 말을 건질 수 있지 않나 싶어서요.


그중에서도 힘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던 말이 있습니다.






1.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 中에서

그럼에도 작가들은 잘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작품만큼이나 그 작품을 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인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가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불태운다고 해도 그 작품을 쓰기 전으로 그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공들여 작품을 완성해 본 작가라면 그 어떤 비수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안다.


 특히 '작가와 글은 함께 쓰인다.'라는 구절이 원고 작업하며 힘들던 시기에 큰 위로가 되었던 말입니다. 지금의 힘든 과정이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아득하지만 이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나의 일부도 완성될 것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위안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랬습니다. 항상 고통스럽던 시기는 그 당시가 지나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내게 달콤한 보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전에 회사에서 괴롭힘으로 힘들던 시기는 인간관계 맷집을 길러주었으며, 진로 고민으로 힘들던 시기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행운을 주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시련이나 고난은 내게 꼭 그만큼의 성장 기회를 줍니다. 마찬가지로 작가로서 한 작품을 완성해 본 경험은, 나중에 어떤 힘든 상황이 닥쳐도 그에 맞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줄 겁니다.



2. "그래도 어쩌겠니? 당분간 네 길인 것을. 그냥 '킵 고잉(keep going)'해" 


 원고 작업으로 힘들어하는 제게 친구가 해 준 말입니다. 친구의 말마따나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일단 계속 가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생각하지 말고 말이죠. 때로는 생각하는 게 오히려 표류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김연아 선수 인터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한창 인터넷상에서 유명해서 짤로도 많이 생성되었던 영상인데요. 훈련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한 영상입니다. 이 말마따나 어차피 해야 되는 일, 하기로 결정한 일이라면 그냥 생각 말고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일일수록 말이죠. 그리고 내게 좋거나 유익한 활동일수록 마음속 딜레마에 빠질 때가 많은 듯합니다. 일례로 아침에 일찍 기상한다던지, 운동 가기 전이라던지, 글쓰기 전 등 막상 시작하려 하면 온갖 저항에 부딪힙니다.


내일부터 할까?

피곤하잖아

등등


 갈등하다가 이내 악마의 속삭임이 승리하고, 긍정적인 나는 쪼그라듭니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내면의 부정적인 나에게 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결정했으면 일단 그냥 생각 말고 우직하게 해 나가는 뚝심이 필요한 이유죠.






 친구의 말대로 우직하게 '킵 고잉'하고,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지금 쓰며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낸 것 같습니다. 


 저는 위의 두 가지 구절로 도움을 받았지만, 아마 개인마다 울림이 있는 문장은 다를 겁니다. 혹시 그런 문장을 우연히 발견한다면, 메모해 두고 힘들 때마다 펼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견뎌낸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지금의 힘든 시기는 모두 지나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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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글 쓰면서 들여다보는, 나만의 힘을 주는 문장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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