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Feb 15. 2024

원고의 시작과 끝에 관하여

#16. 프롤로그 & 에필로그 



 아래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사회초년생 타겟의 에세이라고 했을 때, 각각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중 어디에 적합할까요?


*에피소드 하나 : 직장, 연인, 친구, 가족 등 모든 것들이 가장 힘들던 때의 경험

  - 모든 중심을 외부에 두고 있었기에 더 스트레스 받았던 시절의 이야기 

  - 일, 관계 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한 나를 우선에 두지 못했음. 

  - 세상에 당신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므로 무엇보다 '나'를 중심으로 두고 살 것을 말함.


*에피소드 둘 : 인생 첫 아르바이트의 경험

  - 첫 사회생활이기에 모든 게 서럽고 아프고 쓰라렸던 기억. 

  - 생각해보면 첫사랑, 첫 만남, 첫 여행 등 모든 '처음'은 낯설고 불편한 순간이었음. 

  - 지금의 '처음'을 겪는 당신에게 오늘밤의 고민이 언젠가 추억이 되고, 별일 아닌 일이 되기를 바람.




 위의 두 가지 에피소드는, 작년에 출간한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입니다. 상단의 소재는 에필로그로, 하단의 소재는 프롤로그로 출간이 되었는데요. 사실 초고에서 두 가지 소재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바꾸어 썼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원고를 봐준 친구의 조언으로 순서를 바꿀 수 있었죠. 바꾸기 전, 처음 원고를 읽어본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이미 결론을 얘기해주는 느낌이라, 뭔가 기대감이나 재미가 없어." 

 그 말인 즉,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 전에 프롤로그에서 이미 김 빠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너무 많이 보여줘서 뒷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 말을 듣고 아차 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였던 겁니다.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본문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프롤로그는 본격적인 독서 전에 워밍업하는 느낌으로, 에필로그는 마지막에 정리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게 되지요. 이렇듯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유념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었는데, 막상 원고를 쓰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은 컨텐츠가 정해져 있으므로 휙휙 써 내려갈 수 있었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본문 작업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소재를 정하고 쓰는 것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하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별로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단일 주제로 올라가는 글이 많았기 때문이죠. 


 책을 쓰는 입장이 되면 내가 독자이던 때를 잠시 망각합니다. 글을 쓰는 것에 매몰되다 보면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갇히게 되죠. 독자로서의 제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보았습니다. 

 저 역시 보통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를 먼저 보고,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야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편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보고 구매할 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책 본문 전체를 훑어볼 수 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미리보기로 제공되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죠. 대부분 책 표지를 비롯한 프롤로그가 유일하게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더 이상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이었습니다.





 잘 쓰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란 어떤 걸까요?

책 역시 독자와의 만남이므로, 인간관계에서의 만남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관계에서는 첫 만남과 헤어짐이 참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 순간과, 또 헤어지는 순간 어떻게 매듭짓느냐로 그 만남이 기억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첫 만남은 이 사람과 인연을 이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며 관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첫인상'을 통한 찰나의 순간에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관계를 지속할 것이냐 결정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인지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도 대부분 그러한 공식을 따릅니다. 처음 몇 분 동안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공식에 입각하여, 강렬하거나 화려한 영상을 초두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지요.


 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프롤로그에서 독자는 책에 대한 첫인상을 가늠합니다. 책에 대해 느낀 첫 감정을 발판으로,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요. 매력적인 프롤로그와 책 구매율은 상관관계가 높기도 합니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인 첫 만남에, 프롤로그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똑똑~'하며 독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지요.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를 설득합니다. 그러므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을 끌며, 임팩트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이 좋죠.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히 신비감과 기대감을 주며 계속 읽어나가고 싶게끔 쓰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주요 독자층(타겟 독자)을 떠올리며 그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수월하게 프롤로그를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첫인상을 잘 형성했다면, 끝 인상 또한 중요합니다. 간혹 첫인상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만나는 중에는 너무 좋았지만, 이별이 좋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 인연도 있지요. 첫 단추를 잘 꿰었다면, 마지막 단추까지 신경 써서 매듭짓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에서 인연의 매듭은 마무리, 즉 에필로그에 해당합니다. 에필로그는 여운을 남기며 독자와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맺음말이기에 주로 본문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라던지, 글을 맺는 소회를 밝히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는 글이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 펼쳐둔 글을 갈무리 짓는 형식으로 씁니다.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더 언급하거나, 이후의 변화대해 서술하기도 합니다. 혹은 감사의 말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본문의 여운을 충분히 만끽하며 책과의 이별을 맞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필로그는 독자가 좋은 감정으로 책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지요.



 물론 원고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작성이 필수는 아닙니다. 둘 중 한 가지만 활용하거나, 혹은 본문 만으로 마무리하는 작가들도 많고요. 하지만 미리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나중에 책을 쓰게 될 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

.

.


 지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중이신가요~?

어떻게 쓰든 정답은 없지만 이 말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헤어질 때는 좋은 감정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길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