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Feb 26. 2024

끌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픽사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매튜 룬(Matthew Luhn)의 <픽사 스토리텔링>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9가지 스토리 법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사업을 하거나 창작하는 사람이 유념하면 좋을 내용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픽사에서 약 20년 동안 근무해 온 저자는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합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뿐 아니라,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등 픽사 히트작의 중심에는 그가 제작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지요. 이러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애플, 구글,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비즈니스 컨설팅 작업에 참여한 바도 있습니다.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단순히 창작 영역뿐 아니라, 기업체에서 스토리텔링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것도 색다른 관점이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끌리는 글을 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유용한 글쓰기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었지요. 책에서는 비단 창작에 국한해서가 아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심리적인 측면 기반의 실용적인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 꼭 창작자나 사업가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이 다하면 '내 일'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마케팅과 셀프 브랜딩은 틈틈이 고민해보는게 좋기 때문이죠.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토리의 중요성에 관하여

같은 정보라도 스토리나 사건을 결합해 전달하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오래 기억한다. 오히려 접한 정보 이상을 기억할 수도 있다. 인지심리학자 제롬 브루너에 따르면, 사람은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설령 아주 딱딱한 정보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스토리를 들려주면 된다.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과 철학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난 다음에 결심을 굳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이든 허구 인물이든 특정 캐릭터가 신뢰할 만한 변화를 보일 때 관객도 변화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수업보다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중 일부는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도 기억날 만큼 강력하고요. '이야기 한국사', '과학 스토리텔링' 등 딱딱한 지식도 스토리와 접목하면 이해력, 기억력 등 교육 효과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더불어 글을 쓸 때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독자에게 강렬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글쓰는 방식 역시 그렇게 진화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느낀 바를 스토리 없이 직접적으로 전달하곤 했는데요. 출간 원고를 작업하며 적절한 사례를 함께 담아서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독자 반응이 훨씬 좋아졌지요.



2.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에 대하여


 2-1. 후킹할 것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8초라고 한다.  …… 투자자 앞에서 사업을 설명할 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중에게 광고를 할 때 8초 안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이미 끝난 게임이다. 

 글쓰기에 첫 임팩트가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던 말입니다. 사람은 제목을 비롯해서 서두의 몇 줄을 보고 이 글을 계속 읽어나갈 건지,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기 때문이죠. 특히 긴 호흡으로 읽어나가는 책과 다르게,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글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이렇게 관심을 낚는 기술을 '후크'라고 표현하는데, 8초 안에 승부를 보려면 후크는 간단명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말이 복잡한 말보다 때로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거죠. 


 2-2. 약함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

 나약함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 스토리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 성공에 수반된 고통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 …… 타인의 호감과 진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얻는다.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비하가 아니다. 

 물론 부족함 인정 뒤에는 성공담도 이어져야 합니다. 단지 '~해서 힘들었다',라고만 끝나면 아무런 임팩트가 없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상 영웅들이 핸디캡(가정환경, 신체적 결함 등)을 지닌 인물로 설정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우리는 원래 잘난 상대가 성공하는 모습보다, 약간은 부족하고 평범한(마치 우리의 모습 같은) 상대가 성공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고 응원하게 됩니다.


 2-3. 교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말고, 독자가 느끼게 할 것

메시지는 관객이 스스로 찾게 해야 한다.  …… 도덕적 교훈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경험의 진정성을 죽이는 행위다.  …… 독자에게 무엇을 느껴야 할지 말하지 말자. 그저 당신의 언어로 독자를 유혹하자. 

 에세이를 쓰다 보면 조언을 강하게 전달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독자들이 메시지를 스스로 찾아 느끼게 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걸 앎에도, 막상 쓰다 보면 종종 잊을 때가 있지요.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결론을 주입하거나 뻔한 교훈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겁니다.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원고를 쓰면서도 느꼈습니다. 내가 아는 내용을 몽땅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에, 장황하게 직접적으로 조언하는 부분이 있었지요. 다행히 편집과정에서 깨닫고 간결하게 언급하는 방식으로 수정하였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직접 말하지 말고, 독자가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먼 옛날에도 구전 이야기는 전해내려왔듯이, 스토리텔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아래 구절이 꽤 타당성 있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픽사에서 일하든,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대표든,
동네 작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든
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언제나 스토리텔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