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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Feb 19. 2024

인생이 지치고 고단할 때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평소 류시화 작가님 팬입니다. 그래서 신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출간 소식이 들리던 때부터 기대했고, 출간 직후에 구매해서 읽게 되었죠. 공교롭게 최근 몇 개월 동안 직장 일로 심적인 스트레스가 짙었고, 그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돌이켜보면 류시화 작가님의 책은, 항상 필요한 시점에 제게 꼭 맞는 글을 선물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으로, 총 42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 개인 경험이 녹아 있는 글이 많아서,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지요. 특히 삶이 지치고 고단하거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의 절망과 어둠 속을 헤쳐간 다양한 사례들이 위로를 주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책을 읽으며 여러 좋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녀가 발견한 진실은,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날, 그녀는 모하비 사막을 걷다가 커다란 녹색 방울뱀과 마주쳤다. 하마터면 뱀을 밟을 뻔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두려움으로 몸이 마비되었다. 그러다가 용기 내어 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밧줄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웃다가 울었다. ……  그녀는 말한다, 온 세상이 이 뱀처럼 다가올 수 있다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무서워 죽을 것만 같지만, 사실 그 뱀은 밧줄일 뿐이라고.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믿기 때문'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너무 현상을 확대 해석해서 나를 괴로움으로 몰아간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크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했던 일도, 막상 부딪혀보면 별일 아닐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이 전부인 것만 같아서 괴로움에 끙끙댄 적이 많았죠.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일어난 일과 거기에서 파생하는 나의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어난 일은 단지 일어난 일일 뿐입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다음 문장을 발견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 ……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의 가벼움! 그래야 비상할 수 있고, 정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멀리 볼 수 있다. 깃털처럼 중심도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가볍게 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원래 가볍게 사는 삶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이 가벼움이라는 것이 단순히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인생의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흐르는 듯 사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생각의 무거움에 짓눌리는 것이 아닌 경쾌한 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고 있죠. 저도 어떻게 하면 인생을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관심 있게 보았던 대목입니다. 저자는 올더스 헉슬리 소설 <섬>에서 유사한 문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마음이 어두운가? 그것은 너무 애쓰기 때문이라네. 가볍게 가게, 친구여, 가볍게. 모든 걸 가볍게 하는 법을 배우게. 설령 무엇인가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가볍게 느껴보게."


함께 여행하는 짧은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다툼과 무의미한 논쟁으로 허비하는가? 너무나 짧은 여정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단점을 들추고, 잘못을 비난하며, 불쾌감 속에 시간을 흘려보내는가?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 기억하라, 우리의 여행이 짧다는 것을. 이 여행이 얼마나 길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내릴 정거장이 언제 다가올지 그들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며 사람들 간의 다툼이나 논쟁이 의미 없는 시간 낭비라고 말합니다. 

 그 말마따나 생각해 보면 심각한 언쟁의 이유도 며칠만 지나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짧은 인생 좋아하는 일만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을 잊고, 사소한 것에 매몰될 때가 많지요. 찰나의 인생을 어떤 것들로 채워나갈 것인지는 오로지 내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색채로 채울지, 어둡고 부정적인 색채로 채울 것인지 말이죠. 앞으로 누군가와 다투거나 논쟁에 휘말리게 될 때 기억해야겠습니다. 그와의 여행이 근시일 내에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은 스스로 불구가 되는 길이다. 옷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불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세상이 재단해 주는 옷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재단한 옷을 입어야 한다. …… 사람들은 상자 안에 살면서 그 상자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문제 있다고 여긴다. ……상자 안이 맞지 않으면 상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간다고 죽지 않는다. …… 다른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나를 재단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것에 신경 쓰거나 연연하게 되는 것이죠. 특정 나이에 해야 하는 과업들로 여겨지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그 과업을 아직 수행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하며 마치 표준에서 벗어난 것처럼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죠.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말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항상 중심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두고, 스스로 재단한 옷을 입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대의 84번째 문제는 '모든 것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마음'이다. 만약 그대가 이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를 자각하고 그것에서 벗어난다면 83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놓여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문제를 발견하는 마음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늘 문제가 많다며 불평불만이 많은 남자가 가르침을 붓다에게 구하자, 그에 대한 붓다의 해결책입니다. 모든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남자가 가진 84번째 문제 때문이라고 하면서요. 

 그러면서 저자는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다면 혹시 뛰어난 문제 발견자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눈을 더 크게 뜨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라고 말하지요. 사실 '불평불만'이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반면 '감사'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감사해야 할 것들 투성이고요.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갈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시화 작가의 글은 평범한 일상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고 나서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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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상이 고단하게 느껴진다면,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지쳤다면,

이 책에서 용기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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