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위한 인간>
<자기를 위한 인간>은 <소유냐 존재냐>로 잘 알려진,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서입니다. 책의 초반부에 저자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분명히 설명합니다. 독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요.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나는 과연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와 생산적으로 관계를 잘 맺으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며 생각을 깊게 해 본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에 여러 의미 있는 구절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공유하고 싶은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자기와의 관계에 관하여]
게으름과 강박적 활동은 상반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두 징후다. …… 필요할 때마다 우리가 조용히 자아와 함께할 수 있을 때 생산적인 노동, 생산적인 사랑, 생산적인 생각이 가능하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생산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신도 사랑하게 되겠지만, 다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랑은 전혀 사랑이 아니다. ……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치게 적게 사랑하는 사람이며, 실제로는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자신의 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믿지 않는다. 물론 우리 자신도 믿지 않고, 우리 자신의 힘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믿지 않는다.
저자는 생산적 지향을 강조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생산'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잠재력을 발휘하는 활동, 즉 인간이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지각을 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동시에, 자신의 힘으로 더욱 재밌고 풍요롭게 꾸미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말하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비생산적으로 살고 있다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것인데요. 요즘 나이 드는 것이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좀 더 생산적으로 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감이 서로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파괴적인 사람은 스스로와의 관계도 편히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며 마주치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관하여]
인간은 혼자인 동시에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다. …… 인간은 오직 이성의 힘으로만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도 혼자여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담을 쌓은 채 혼자일 수도 없다. 인간의 행복은 또래의 사람이나 과거 세대나 미래 세대와 함께할 때 느끼는 연대감에 좌우된다.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힘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친밀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상황, 즉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동시에 자신의 독특함과 특이함을 보존해야 하는 운명은 인간 존재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지식이 없으면 사랑은 지배와 소유로 전락할 뿐이다. …… 존중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며, 인간의 개성과 독자성을 인식하는 능력을 뜻한다.
요즘 느끼는 건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겁니다. 이전에 한창 쇼펜하우어에 빠져있을 때는 고독이 인간의 숙명인데 꼭 관계를 맺고 실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느슨한 연대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최근에 좀 바뀌었습니다. 저자가 말한 '친밀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립적으로 오롯이 설 수 있되, 타인과의 친밀감도 유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요. 관계에 심하게 의존하면 나를 잃게 될 수 있고, 스스로에 너무 매몰되면 고립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적정선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느낍니다.
처음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다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건, 나를 비롯한 타인과 '생산적'으로 관계 맺어야 함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관계에 '생산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 본연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스스로의 힘을 얼마나 신뢰하고, 또 활용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요.
매 순간 '나의 힘'을 지각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인지하며 살아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요.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활용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리저리 상황에 휩쓸리는 대로 사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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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이 궁금하다면,
좀 더 풍요롭게 인생을 살고 싶다면,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