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온워드
디즈니 영화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 보셨나요?
극 중에서 소심하고 의기소침한 주인공 '이안'에게는 버킷리스트가 있습니다.
리스트 중 몇 가지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특히 운전 연습을 공들여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겁이 많고 용기가 없어서 도로 탈 때도 힘들어하고, 차선 변경을 내내 시도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합니다.
계속 준비되면 하겠다고 회피만 하다가,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때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못한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안'에게 형 '발리'가 말하죠.
그냥 해. 준비는 평생 안돼
머리 한 구석을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준비는 평생 안 됩니다. 애초에 완벽한 준비란 없기 때문이죠. 우리는 늘 준비가 되면 하겠다며 하기 싫은 일을 미룰 때가 많습니다. 일을 조금 해보려고 하다가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됬다는 이유로 제쳐두곤 하죠. 때로 그건 어떤 일을 피해 가려는 자기 합리화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게을러서, 용기가 없어서, 겁이 많아서가 아님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마음의 준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거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까요?
어떤 상황에서든 닥치면 누구나 하게 되어있습니다.
다시 온워드 영화입니다.
'이안'이 절체절명의 순간 마법으로 절벽 사이를 걸어갑니다. 마법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 묶어놓은 몸의 안전장치(밧줄)가 풀렸었다는 것을 건너오고서야 깨닫고는 형에게 말합니다. '줄이 꼭 필요했어'라고. 그때 형 '발리'가 말하죠. '과연 그랬을까?'
사실 그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건 '마음의 준비(안전장치)'가 아닌,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입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 준비는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게 아닙니다. 내가 하는 거죠.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미리 차단하면, 어떤 쉬운 일이어도 마음의 문이 닫혔기 때문에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저 또한 마음의 준비를 핑계로 계속 미뤄뒀던 일이 있습니다.
운전 연수인데요. 계속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라며 면허 따고 근 십년이 넘는 동안 미뤄뒀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의 준비는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저질렀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평생 안된다는 걸 인정하기로 한 거죠.
연수 비용을 지불하고, 지난주부터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난 10분 뒤, 바로 도로주행을 하자는 강사님에게 '저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요.'라고 습관처럼 내뱉었습니다. '닥치면 하게 되어있습니다'라는 강사님의 말을 듣는 순간 다시 그 말을 되새겼죠. '아! 마음의 준비는 평생 안 되는 거지.'
정신을 차려보니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하는 제가 있었고, 나는 왜 그동안 실체 없는 두려움에 눌려 마음의 준비가 안됬다는 말만 외쳤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시작 앞에 서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피해 일을 미룰 수 있는 최적의 핑계가 '마음의 준비'죠. 사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앞서 필요한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다음 필요한 건 오직 할 수 있다는 용기뿐이죠.
지금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됬다는 이유로 미루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일단 시작하고 보세요.
마음의 준비는 어차피 평생 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