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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내가 아플 때, 아이는 어떡하죠?

아프면 안 되는 부모, 그래서 더 서러운 날

by 아델린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건,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루 세끼 챙기는 일부터,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모든 게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기에,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쉽게 꺼낼 수 없습니다.

그날도 저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장염이 심하게 와서 하루 종일 토하고 열이 올랐고, 해열제 하나 챙겨 먹을 힘조차 없었지요.
겨우 아침만 챙겨주고 아이 옆에 누웠지만, 기운이 없어 점심도 저녁도 내 손으로 해줄 수 없었습니다.

“엄마, 배고파요. 배가 없어요.”

“엄마, 밥이 먹고 싶어요. 밥 주세요!”
“엄마 아파요? 아프지 마요.”






쏙 들어간 배를 까서 보여주며 아이는 저를 깨웠습니다.
그 말에, 그 순수한 몸짓에 가슴이 저릿해졌습니다.
저는 겨우 눈을 떠, 아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주원아, 엄마가 너무 아파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조금만 누워 있을게. 미안해. 밥 못 챙겨줘서 미안해

이따 꼭 좀 괜찮아지면 밥 챙겨줄게 아들 진짜 미안해

엄마가 진짜 너무 아파서 그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괴로웠습니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의 하루도 함께 무너진다는 걸, 그 순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늦은 저녁 결국 배달 음식을 시켜 겨우 아이의 배를 채웠습니다.
혼자 식탁에 앉아 먹는 아이를 바라보며,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속으로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밥도 못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다음부터는 안 아플게. 정말 미안해.’






그렇게 잠이 들었고, 옆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새 제 옆에 조용히 누워 함께 잠든 모습을 보고 기운은 없어도 아이를 조심스레 끌어안았습니다.
아이의 따뜻한 체온에 또다시 눈물이 고였습니다.

혼자 육아를 하며 가장 서러운 순간은 바로 내가 아플 때입니다.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닿지 않고, 도와달라는 말조차 입 밖에 낼 수 없을 때. 내가 쓰러지면 아이도 함께 무너지게 되는 그 무게가, 벅차고 무서웠습니다.

다행히 친정 부모님이 약을 들고 찾아와 주셨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서러웠습니다.
아이와 둘이 남겨진 밤, 아이에게 걱정을 들키지 않으려 조용히 눈물을 삼켰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신은 어쩌면 너무도 가혹하신 분일지도 모르겠다.’
이별의 아픔도 모자라, 왜 이토록 잦은 병마까지 내게 주시는 걸까. 왜 아프면 안 되는 역할을 나에게 맡기셨을까.

그러다 또 아침이 옵니다. 일어나야만 하니까요.
아이 때문에라도 다시 일어서야 하니까요.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처럼 눈물 삼키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까.

둘이면 참 좋겠지만, 혼자여도 우리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오는

날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
아프지 마세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우리도 잘 해내고 있어요. 우리는 충분히 좋은 부모예요.

당신이 지금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플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고통이 아니라 미안함이다.

하지만 그 미안함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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