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자주 등장하던 대화 주제다. 언젠가 직장에서도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게 떠오르는 것을 보니, '산타클로스'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각인된 강렬한 동심이긴 한가 보다.
미취학 아동 때부터 초등 저학년 사이에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나이대 어린이는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빨리 깨우칠수록 멋쟁이가 되는 줄 안다. 그래서 아직 현실을 모르는, 순진해 빠진 또래 친구에게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바보야! 그거 다 거짓말이야. 산타는 없어."
동심을 잃으면 '어른'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것임을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안다는 게 새삼스럽게 머쓱하다.
뒤늦게 글 제목에 대한 대답을 해 보자면, Yes다. 나는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다만 어디서든 이 주제가 등장하면 입을 다문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피력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상대의 반응이 예상되지 않는가?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산타클로스 존재 유무에 관한 진실공방 사태'는 나를 비껴갔다. 나의 이런 믿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어머니께서 사 주신 동화책이었다. 그 동화책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산타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책의 도입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산타클로스는 있습니다. 정말 있습니다. 이 책이 그 증거입니다.]
누군가는 비웃을 말랑한 믿음을 이 두 문장이 내리 지켜주었다. 순수한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동심 몇 그램쯤은 가지고 살아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라 가끔씩 추억을 들춰 되새기곤 한다.
이때부터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무언가를 상상했던 것 같다. 산타클로스와 함께 자란 어린이는 연보랏빛 하늘에 연둣빛 구름이 떠다니는 세계를 빚는 공상가가 되었다. 그곳에서는 루돌프를 쓰다듬던 산타클로스가 반갑게 인사를 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