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 나의 세계를 거치다.

나를 통과한 것을 나의 고유라 쓰며, 곧 나의 소유라 부른다.

by 박재

그들은 보통 웃는다. 심각하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이 정도는 그냥 아이디어지."
"어차피 뻔한 거잖아."
"에이, 그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표절, 무단 복제, 저작권 침해. 이 모든 말을 쓸 필요도 없다. 그들은 이 일을 그런 단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살짝 참고한 것’, ‘좋은 걸 배운 것’, ‘좀 가져다 쓴 것’쯤이다. 도둑은, 종종 자기가 도둑인 줄 모른다. 그는 남의 말에 잠시 기대 앉고, 남의 고통을 어설프게 흉내 낸다. 그리고 자신이 더 잘했노라 자평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훔치려 한 것은 단순한 글이나 그림이 아니라 인격이었다는 것.


한 사람이 고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든다.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수십 개의 길을 돌아야 하고, 한 문단을 적기 위해 다이어리를 찢고, 화면을 끄고, 다시 켠다. 창작은 일관되지 않은 자기를 끌고 가는 고통의 노동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스치듯 훑고, 결과만 베껴 적는 일이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어차피 글은 다 비슷하지 않아?"
"나도 고생했어. 읽으면서 고생했다고."
"그냥 나한테 잘 맞는 걸 골랐을 뿐인데?"

하지만 고유한 정서에는 소유권이 있다. 한 사람의 머릿속을 통과한 언어에는 그 사람만의 온도와 구조가 붙는다. 그걸 사라지게 하는 일은, 기억을 지우는 일이고, 존재를 뭉개는 일이다.


더 치밀해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표절하지 않는다. 단지, 거의 다 비슷하게 쓴다. 구조만 바꿔 놓고, 결만 돌려 말한다. 형식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말의 주인은 사라지고,
“어디선가 본 듯한 좋은 글”이 남는다. 그리고 그 좋은 결과는 그의 것이 된다.


남의 정리된 글을 읽고, 그 문장을 그대로 흡수한 뒤, 살짝만 바꾸는 일. 그게 재능이라 믿는 이들은 도둑질의 손맛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코 체험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다. 단지, 훔치기 위해 읽는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몇 줄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고, 내 마음에만 있었던 걸 세상에 보여줄 수 있도록 표현법을 바꿨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이 문장을 “좋다”며 가져가고, “내가 쓴 글”이라며 말한다면? 나는 슬픔과 함께, 그의 무지에 대한 깊은 경멸을 느낄 것이다.


그건 글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삶의 태도다. 자기 손으로 쓰지 않은 말을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 타인의 삶까지 자기 것처럼 말하게 될 것이다.


그날,

누군가 내 문장을 훔쳐 그 위에 이름을 올렸을 때 나는 이 말을 남긴다.

“이건 너의 글이 아니다.”

그리고,
“너는 절대 이 정서를 가질 수 없다.”

그 차이가,
언젠가 너를 드러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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