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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Oct 11. 2023

책 육아, 다독하지 마세요.

엉터리 책 육아 비법 4가지

제5장


독서 편식을 주도하는 엄마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책과 함께하는 육아를 뜻하는 책 육아, 나 역시 책 육아를 하고 있지만 책의 종류가 쏟아지는 요즘은 책을 고르는 것부터 생각을 확장시키는 읽어주기까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책 육아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준별로 전집을 들이거나,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전자는 보통 과학, 수학 분야의 전집을 수준별로 들여 아래 단계의 전집을 한번 다 훑으면 한 단계 높인다. 이는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책 육아’라고 검색해 보면 많은 카페에서 ‘책 업그레이드’와 같은 내용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데 책 육아의 양이 아닌 질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당장 이 방법을 멈추어야한다. 특히 묵독이 어려운 아이라면 질문을 해가며 꼼꼼히 읽는 정독과 같은 책을 반복해 읽는 다독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 장에서 실제 내 경험을 담아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지만 책을 읽어주는 궁극적 목표는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가 되길 돕는 것, 아이와 상의 없이 수준 향상이란 연유로서 많은 책을 한 번씩 훑고 넘어가는 다독은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집은 어디에 속하냐고? 우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큰아이가 10개월(만 0세)쯤 되었을 때였다. 베이비페어에서 자동차가 책을 노래로 읽어주는 것을 보곤 홀린 듯이 ’P’ 사의 대 전집을 샀다. 단순히 자동차가 읽어주는 게 좋아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뇌는 엄마의 말소리보다 엄마 목소리로 된 음악을 들을 때 뇌에 더 많은 자극이 된다고 한다. 그 때문에 내가 자동차가 되어 노래로 책을 읽어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날부터 낮 밤 가리지 않고 읽어주기 시작한 ‘P’ 사의 대 전집은 작은 아이 덕에 오늘까지도 매일 저녁 읽히고 있다.


 어찌 보면 온라인상에서 책 육아 좀 한다는 부모들 눈에는 내 육아는 진정한 책 육아가 아닐 수도 있다. ‘P’ 사의 전집을 구매하고 2년이나 지난 후에야 10권가량의 새로운 소 전집을 샀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여전히 우리 집엔 과학과 수학 동화책이 단 한 권도 없다. 창작 그림책이 95%이다. 독서 편식을 내가 주도하는 셈이다. 게다가 흔히들 엄마표 영어를 위해 같은 책의 한글과 영어판이 함께 있는 쌍둥이 책을 선호하는데 영유아 시기에 외국어 학습을 지양하는 나는 앞서 말한 ‘P’ 사의 전집 속 영어책은 전부 판매한 지 오래였다. 3년 전 10권가량의 소 전집을 끝으로 현재는 필요할 때마다 그에 맞은 낱권을 구매하고 있다.



읽은 책을 기록하면 100권마다 받을 수 있는 독서왕 뱃지


 큰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동네에서 공부 안 하기로 유명한 놀이 중심 숲 유치원이다. 마음에 쏙 들었다. 공부는 안 하는데 매일 숲에 가면서 독서 교육은 강조하는 유치원이라니! 성격 급한 나는 아이가 만 2살일 때 저곳을 보내기 위해 같은 동네로 이사를 왔다. 매주 금요일이면 반 친구들의 책을 집으로 가져와 읽고 목요일이 되면 다시 유치원에 가지고 간다. 아마 이 때문에 책을 새로 사야 할 필요를 못 느꼈지 싶다. 약 25명의 또래 아이의 책을 매주 받아보면 과학이나 수학 동화책은 물론이고 창작 분야의 필독서까지 우리 집엔 없는 새로운 양질의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이는 단순히 읽기 뿐 아니라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관찰할 기회가 되어 아이에게 책을 선물할 때 구매에 참고가 되었다.


 책은 비우는 것이라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소장 욕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 권을 사더라도 미리 책 내용을 읽어보고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사실 도서관이 집에서 가까웠다면 주저 없이 빌려와 읽었겠지만 그렇지 않을뿐더러 마음 한쪽엔 먼 훗날 집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고로 아직까진 욕심을 다 내려놓을 용기가 없고, 가능한 아이에게도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다.


 현재 우리 집 책장엔 약 45권만이 취학을 앞둔 큰아이의 책 전부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해 단계를 높여가며 매 새로운 전집을 들이는 체계적인 책 육아나 도서관을 방불케하는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난감과 TV 시청, 책 읽기 중 하나만 고르라 말하면 망설임 없이 책 읽기를 고를 만큼 우리 아이들은 책을 사랑한다.




다마스의 엉터리 책 육아, 엉터리 비법

첫째, 책은 낱권만 구매한다. 만일 우연히 발견한 마음에 드는 책이 전집 구성이라면 그 특정 책만 중고로 구매하거나 도서관을 이용한다.

둘째, 처음 읽는 책은 정독한다. 질문하고 토론하며 생각하는 책 읽기의 가장 좋은 시기는 대개 새 책을 처음 읽을 때이다.

셋째, 낮 동안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잠자리 독서는 한다. 단, 완독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넷째, 부모 자신을 위한 책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사를 관찰하고 모방하므로 부모가 책을 사고 기뻐하거나 읽는 모습을 보인다면 책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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