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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Oct 03. 2023

2살에 학습지를 한다고?

네 번째 가치관, 학습의 폐해


 내 양육 가치관​ 그 마지막,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는다.


 “엄마 이 글자 어떻게 써?”


 한글 쓰기가 처음인 아이들부터 받아쓰기가 익숙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많이 질문할 것이다. 이 경우 대개 자음과 모음을 불러주는데 사실 동음이의어나 이중모음, 겹받침을 제외한 나머지 글자들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이가 한글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 시대에 문맹은 없지만 대화를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요점 파악이 어렵거나 어휘를 모르는 경우는 증가하고 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선호되는 디지털 세대에게 글은 그저 지루한 글자일 뿐이다. 공교육은 물론이거니와 문제집이나 학습지, 학원 등 사교육마저 문해력을 강조하는 요즘은 ‘개편(改編)*하다’‘개-* 편하다’라고 이해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요즘은 어릴 때일수록 뇌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며 빠르면 두 돌(만 2세)부터 학습지를 시작한다. 영어 교육 회사가 3~4살 된 아이들이 영어를 술술 뱉어내는 것을 광고로 사용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자어를 비롯한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과 한국 수능의 영어 문제를 외국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수능 영어 성적이 높았던 학생이 외국인과 대화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미취학 아이에게 한글 쓰기부터 가르치는 것 또한 문해력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다문화 가정이나 해외 거주 중이 아니라면 모국어를 충분히 습득하는 것이 먼저임을 보여준다.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미취학 아동을 키우며 학습지나 교습소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알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한글 공부는 닿소리와 홀소리가 아닌 스티커나 통단어를 통해 문자 자체를 외워 빠른 습득이 요구되는 교육이 주라는 것을. 사실 10년정도 전부터 통글자를 이용한 한글 교육이 주가 되었는데 아마 부모 세대는 자음과 모음을 익혀 한글을 공부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과는 달리 역설적으로 통단어라는 주입식 암기 덕에 부모는 아이의 한글이 빠르게 향상됨을 체감한다. 한데 언어라는 것은 ‘듣고 -> 말하고 -> 읽고 -> 쓰는 것’이다. 듣지 않으면 말할 수 없듯 닿소리와 홀소리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쓸 때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큰아이가 그린 생쥐와 정갈하게 쓴 생 쥐 ㅋㅋㅋ


 “너희 애들은 타고났나 봐, 머리가 좋은가보다!”


 감사하게도 큰아이는 사교육이나 집에서 공부 한 번 없이 당시 매주 월요일, 화요일 오전 8시 20분에 10분가량 방송하던 ‘한글 용사 아이야’라는 EBS 프로그램 덕에 만 4살에 한글을 읽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닿소리와 홀소리를 이해했다. 언어 구사 능력이 월등한 아이는 아니지만 간단한 편지 정도는 스스로 음절을 곱씹으며 음가대로 음소를 조합해 써 내려간다. 혹자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며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언어 구사 능력에서 월등히 강점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나 나와 남편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도 아니며 대학 졸업장 하나 없다.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물려줄 만한 우월하거나 특별한 유전자가 없다. 무엇보다 태어나자마자 어떤 언어를 듣고 자라는지에 따라 그 아이의 모국어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인간에게 타고나지 않는 유일한 유전자는 언어이다.


 그래서 사교육을 전혀 안 하냐고? 아니다. 큰아이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다만 교과 과목이 아닌 운동과 악기 하나씩을 배우다가 악기는 잠시 중단한 상태이다. 다만 잠자리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두 돌 전, 그림 위주의 글밥이 적은 책은 하루 30권도 더 읽어봤지만, 현재는 토론하듯 책을 읽다 보니 한 권을 읽는 데에 15~30분이 소요되어 하루 1~2권을 읽어주는데 2권씩만 해도 1년이면 700권이 넘는다. 나는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치고 그릇된 인품 없고, 선행학습이나 사교육 없이 놀면서 1등 하는 아이치고 책을 멀리하는 아이 없으며, 공교육과 책 읽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지만 잠자리 독서는 읽기 독립을 시키지 않는 이유 또한 듣고 상상하는 힘 때문이다.



출처 EBS 공식 블로그


 우리나라는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과 과학에 반해 읽기 성적이 낮았다. 저학년 때엔 성적이 좋다가도 고학년부터 영어나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연유는 개념 이해가 아닌 공식을 암기하였기에 새로운 문제에 활용하지 못하거나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대개 취학 전부터 국어(한글), 영어, 수학 등 선행학습을 시작하는데 공교육에서 받아쓰기를 1학년 2학기에 시작하고, 영어 수업을 3학년부터 시작하는 데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교과 과목의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월등히 높은 한국에서 객관식이 주인 것은 모순이며, 많은 학생이 한글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재 학습에 부작용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고로 수업 시간을 포함하여 대입 시험 마저 계산기 사용이 가능하거나 답이 틀리더라도 과정이 맞으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타 선진국처럼 한국 교육의 방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에 혈안 된 대입을 위한 교육이 아닌 아이의 성장을 위한 교육이 당연해지는 시대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개편(改編)*
책이나 과정 따위를 고쳐 다시 엮음,
혹은 조직 따위를 고쳐 편성함

개-*
'아주', '매우', ‘진짜’ 같은 의미의 신조어로,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며 주로 형용사 앞에 붙어 사용한다.

잠자리 독서*
잠들기 직전에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OECD가 실시하는 각국 학생들의 교육수준 평가를 위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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