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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Sep 22. 2023

미디어가 애 다 키운다면서요?

세 번째 가치관, 미디어의 유혹


 내 육아 사용 설명서​ 그 세 번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와 똑같이 양육할 수는 없겠지만 중간 지점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이랄까?




휴대용 기기로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는다.


 ”요즘 영상 안 보여주는 집이 어딨어~“

 ”너네 애들이 순한 거 아니야?“

 “소란 피워서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거야!”


 훈육은 만 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데 요즘은 미디어로 인해 애초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조절하고 배울 기회조차 빼앗기게 된다. 넘어지지 않으면 안 넘어지는 요령을 배울 수 없듯이 문제 상황이 없으면 행동 조절을 배울 수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경험은 만들되 놀이방이 따로 없는 일반 식당에서, 크게 세 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로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반복하며 서서히 가르쳤다. 고깃집으로 예를 들어 보자. 1단계와 2단계의 전제 조건은 부모 중 한 명이 바깥에서 아이와 놀다 오는 것이다.

1단계 : 고기가 다 익으면 들어와 바로 먹는다.

2단계 : 고기가 반 정도 익어갈 때쯤 들어온다.

3단계 : 처음부터 앉아 밑반찬을 탐구하고 아이가 직접 고기를 올리도록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아이가 미디어 없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집에서도 앉아서 먹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26개월일 때였다. 우리는 제주로 여행을 갔고 평소 시간 효율을 중시하기에 사람들이 대기 중인 맛집보다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편이지만, 제주에 거주하고 계신 남편의 지인분 덕에 현지 맛집을 기다림 없이 갈 수 있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아이가 장난치다 마음처럼 안 되니 소리를 치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매장 내에 계신 다른 손님께 즉시 죄송하다 사과드리곤 구석이나 밖으로 데리고 가 진정이 되면 다시 앉기를 2번 반복했다. 다행히 회전율이 높아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곳이었기에 두 번으로도 충분했다. 세 번 울기 전에 음식을 다 먹었으니 말이다. 만일 재차 반복되었다면 주저 없이 음식의 남은 양과 상관없이 먼저 나갔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 그 식사가 누구를 위한 식사였는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미디어를 보면서 입으로만 씹어서 삼키는 것은 뇌가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한다는데 식당에 가면 테이블마다 부모의 스마트폰이나 아이 전용 태블릿이 올려져 있고 눈은 영상에 고정된 채 부모가 먹여주는 음식을 입으로만 오물거리는 모습이 더 익숙하지 않은가? 고급 식당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더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디어만 보느라 그곳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둘러보지 못했을 테니,


 잠시 생각해 보자. 인터넷이 안 되던 2G, 인터넷이 가능하나 접속하면 초 단위로 돈이 빠져나가 종료 버튼을 연달아 누르던 3G,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게 언제인지. 대개는 빨라야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가 많을 것이다. 한데 요즘은 어떠한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부터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 맞벌이로 아이의 위치 확인을 위해, 친구들이 가지고 있어서 등의 이유로 일찍이 스마트폰을 사주게 되는데 애석하게도 현재 우리나라 초등 1~2학년의 경우 친구들끼리 서로 몸 사진을 교환하는 등의 문제가 심심찮다. 나는 대개 만 4~5세부터 성교육을 통해 본인의 몸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 정도는 사려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학교 폭력 전담 경찰관님의 글을 읽기 전까진.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천지 분간이 가능한 나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라고 한다. 충격이었다. 조금 컸다고 생각하는 건 부모의 착각일 뿐 아직 부모가 필요한 어린아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모든 미디어를 차단했냐고? 아니다. 우리 집도 TV가 있고 아이가 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첫째가 5세가 된 이후 아침 8시~8시 30분경 EBS를 틀었다. 한글, 수학, 영어, 과학, 환경 등 교육 소재를 담은 꽤 수준 높은 내용의 방송이 편성되는데, 첫째도 아침에 10분가량 방송하는 ‘한글 용사 아이야’ 덕분에 한글을 깨쳤다. 이는 ’네 번째 가치관, 학습의 폐해‘​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며 학교 수업도 기기를 사용하는 시대이기에 내가 강조하는 것은 미디어 자체의 차단이 아닌 휴대용 기기를 사용한 미디어를 지양하는 것이다. 식당이나 차, 마트 등 실내 공간을 이용할 때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아이의 행동을 앞서 차단하는 것, 그것을 그만해야 한다. 돌 전부터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시청이 습관이 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스마트폰의 구매 시기가 조속할 것이다. 하나 단지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 파악이 목적이라면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될 것이다. 아이를 위한 선택인지 부모인 나의 편의를 위한 선택인지 곰곰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올 것이다.


 평소 심심하다는 이유로 습관처럼 목적이 불분명한 행위를 지양하는 나는 브런치와 카카오톡이 내 유일한 SNS이다. 심심 해봐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은 심심 한만큼 자란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심심할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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