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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Sep 18. 2023

제가 키우겠습니다!

두 번째 가치관, 선택과 권한


  내 육아 자부심이자 4가지의 가치관​ 그 두 번째,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


 “애 그렇게 안고 있으면 손 탄다!”

 “어휴 애가 왜 이렇게 낯가림도 심해?”

 “손이 많이 탔네 하루 종일 안기는 거 보면!”


 예전엔 워낙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여자가 일을 하기 어려워 아이가 울더라도 안아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손 타면 안 된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사실 아이가 엄마 품에서 떨어지면 불안한 게 당연한데 태어나자마자 손탄다며 안아주지 말라니, 아이로선 너무 가혹한 행위가 아닌가?


 물론 나와 같은 사람이 많겠지만 내 주위에선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집은 우리가 유일하다. 난 위와 같은 ‘손이 많이 탔다’라는 말과 아이의 낯가림이 좋았다. 누구든 아이를 안으려다가도 아이의 울음 덕에 내가 안을 수 있었으니까, 누구도 아이에게 다가오지 않을테니까. 실제로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불안이 높은 아인지라 눈을 마주치거나 영상 통화를 하는 정도도 힘들어 울던 아이가 40개월(만 3세)이 되어서야 겨우 부모님과 악수 정도가 가능했고 가족들이 손뼉을 쳤던 게 생생하다.


 혹자는 아이를 양가 어른들께 맡기는 것이 또 다른 효라 칭한다. 물론 손주를 보는 게 행복하시겠지만 길었던 20년간의 달리기 끝에 자녀를 독립시켰으나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체력의 한계를 느껴가며 재차 육아를 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를 극단적으로 효인지 불효인지 묻는다면 난 불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보다 더 다양한 활동과 자극을 주는 조부모님이 많이 계시지만 아이가 조부모님 댁에 가길 좋아하는 연유가 값없이 손주의 요구사항이 전부 수용되기 때문, 특히 미디어를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임이 비근하다.


 간혹 조부모와 시간을 보내면 버릇이 없어진다거나 잠자는 패턴이 엉망이 된다는 등의 얘기를 듣는데 난 사실 동의할 수 없다. 그게 정말 오롯이 조부모의 책임일까? 아이만을 맡겨두고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을 것이며, 함께 있었다면 부모 역시 집과는 다른 훈육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각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각에 잠들도록 아이들의 생활 방식에 맞춰 외출한다. 거개 19시쯤이면 방에 들어가 책을 읽어야 하므로 주말에도 18시 전에는 귀가 한다. 혹여나 명절, 행사, 여행 등으로 틀어진 패턴은 주중에 다시 맞추면 된다. 맞벌이, 이혼 및 별거, 인사이동 등으로 아이를 맡기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 다섯 살 이전에 기관에 보내지 않는 것​, 조부모에게 맡기지 않는 것 모두 아이가 느끼는 주 양육자의 권한을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면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하여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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