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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Nov 01. 2023

유치한 말 다툼

대판 싸웠다고 표현한다.


# 18


 다소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오늘 너랑 싸웠다. 싸웠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우린 싸운 게 맞다.


 수요일은 하원 후 운동하는 날이라 수업이 끝난 뒤 학원 친구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스스로 하는 걸 참 좋아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 먼저 지나가라며 문을 닫히지 않게 잡아주는 것, 3인용 흔들의자를 미는 것까지 서로 하겠다며 소란이었다. 내가 나서보았지만 끝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서로 토라져선 각자 노는 모습에 먹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하늘이 더해져 헤어지기로 했다.


 집에 가자는 내 말에 친구랑 더 놀고 싶었던 너는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내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네 손에 들려있던 블록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 때문에 블록이 떨어졌다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화난 마음에 뒤돌아 종종걸음으로 가는 나와 고함치며 따라오는 너. 그러면서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 속 반발심이 앞지르기라도 하는 듯 내 말끝마다 “아니야!”를 외치던 네 모습에 나도 터져버렸다. 안 그래도 큰 내 목소리가 더 커져선 나보다 한참 작은 네게 반박할 틈도 없이 쏟아내는 모습은 내가 화가 났음을 광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 더 못 놀아서 아쉬운 마음? 알아. 그런데 그 아쉬운 마음은 내가 만든 감정이 아니야. 물론 화는 참는 게 아니고 표출하는 게 맞아. 하지만 지금처럼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 치면서 우는 건 올바르지 않아! 게다가 블록이 떨어진 걸로도 소리를 지르다니! 떨어진 블록의 가치가 네가 생각하는 엄마의 가치보다 높다면 얼마든지 소리쳐. 하지만 그 블록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면 블록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나한테 소리치지 마! 존중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부터 존중해. 남의 말에 다 아니라고 반박하지 말고! 네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나는 오늘, 네 태도에 굉장히 실망했고 화가 났어. 지금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으니 말 걸지 말아줘.“*


 우리는 그렇게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20분간 침묵에 잠겼다.


‘경청’, ‘수용’, ‘반박’, ‘표출’ 등 단어와 문장은 수정이나 순화하지 않은 실제 아이에게 화낸 표현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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