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 : 윌리엄 캠벨, 오무라 사토시, 투유유
노벨 물리학상 : 가지타 다카아키, 아서 맥도널드
노벨 화학상 : 토마스 린달, 폴 모드리치, 아지즈 산자르
노벨 문학상 : '체르노빌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노벨 평화상 : 튀니지의 국민협의체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
노벨 경제학상 : 앵거스 디턴
아일랜드 출신 윌리엄 캠벨은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와 함께 기생충 감염과 관련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됐다
윌리엄 캠벨 박사가 발견한 ‘아버멕틴(Avermectin)’은 아프리카, 남미, 예멘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상충증(Onchocerciasis)의 치료제인 MSD의 ‘멕티잔(Mectizan, 성분명 ivermectin)’ 개발의 바탕이 된 물질이다. 사상충증은 기생충 감염 질환으로 빈국의 유속이 빠른 하천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에 감염된 흑파리에 물려 전염되며, 극심한 가려움과 피부변색, 발진 그리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안과질환 등을 유발한다.
▣ 오무라 사토시 (大村智 , 일본 , 키토가토대학 명예교수 , 1935년~ )
약 45년간 토양미생물의 한 종류인 방선균이 생산하는 천연 유기화합물 연구를 계속해 450종 이상의 새로운 화합물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화합물 중 25종이 연구용 시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중 항기생충약 '이베르멕틴'(Ivermectin)은 열대 지방의 풍토병에 뛰어난 효과가 있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매년 약 2억명에게 투여되고 있다. 기생충 감염과 말라리아에 약물 치료 효과 성분을 발견한 공로로 윌리엄 캠벨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중국 중의학연구소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한 공로로 받았는데,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이바지했다. 투유유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 양원(兩院,·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 선정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고, 박사학위가 없고, 외국 유학경험도 없는 탓에 세계적 과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삼무’(三無) 과학자로 불린다.
1971년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100% 칭하오 추출물을 발견한 투유유 교수의 성과는 40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국내외 인정을 받게 됐다. 중국에서도 명성이 없었던 투유유 교수가 노벨상 수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것에 대해 베이징대학 생명과학원 라오이 전 원장은 “담장 안에서 핀 꽃이 담장 밖에서 향기를 발한 것”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1~2년전에 개똥쑥 연구가 활발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국내 모방송사에서 개똥쑥을 아주 몹쓸 약초로 몰아가 농업인과 개똥쑥으로 항암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환자, 소비자들에게까지 큰 피해와 불신을 남겼던 일이 있었다.
가지타는 사이타마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대 이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주의 기본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中性微子·뉴트리노)’를 연구했다. 이미 일본 학사원상을 비롯해 실험물리학자에게 주어지는 파노프스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은 미세한 입자로, 0에 가까운 극도로 작은 질량을 지니고 있는데, 타카키 카지타 교수는 지난 1998년 일본 슈퍼카미오탄데(super kamiokande)라는 거대 실험시설에서 우주선(cosmic radiation)을 통해 대기에 부딪혀 형성되는 뮤온 중성미자가 진동을 일으켜 타우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진동을 확인하려면 방대한 관측 데이터가 필요했다. 가지타가 이끄는 도쿄대 연구팀은 기후(岐阜)현의 폐광 지하 1000m에 카미오칸데와 슈퍼카미오칸데라는 관측장비를 설치했고, 1998년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과 뮤온형이 진동을 일으켜 타우형으로 변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성미자 연구는 일본이 독보적이다. 2002년 가지타의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도 같은 분야의 연구로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어, 사제가 나란히 영예를 안게 됐다. 가지타 교수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도쿄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연구는 곧 쓸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순수과학에 초점을 맞춰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상자 명단에는) 내 이름만 나왔으나 이것은 연구진 모두의 것”이라며 슈퍼카미오칸데의 100명 넘는 연구진이 상을 받게 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중성미자의 진동의 발견을 통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점을 규명한 공로로 이들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아서 맥도널드와 가지타 다카아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공동수상자는 실험을 통해 중성미자가 속성을 바꾼다는 점을 입증해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하며, “카멜레온 같은 우주에서 중성미자의 퍼즐을 맞춘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중성미자는 전자(electron), 타우(tau), 뮤온(muon)이라는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그동안 질량이 없다고(massless) 알려져 왔다. 입자물리학에서 중성미자의 질량 유무가 논란이 되어 온 가운데 두 과학자는 실험을 통해 각 중성미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속성으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성미자가 변환한다는 것은 질량을 갖고 있다(non zero mass)는 것을 의미한다.
아서 맥도널드 교수도 2001년 태양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우주에서 지구로 도달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중성미자로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원회는 "중성미자가 대규모 구조를 형성시킬 수 있다는 우주론적 관점, 별의 에너지 전달 과정에서 필수적 요소라는 천체물리학적 관점, 표준모형(Standard-model)을 뛰어넘는 입자물리학적 관점에서 두가지 발견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DNA를 이루는 분자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린달 교수는 DNA도 여러 이유로 손상될 수 있으며, 이런 결함을 수리하는 분자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DNA는 체내 활동과 자외선이나 방사선과 같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손상을 입게 된다. DNA가 손상이 되면 자체적으로 복구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노화나 암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DNA 복구 기능은 유전체의 온전한 상태, 더 나아가 세포와 전체 개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실제 수명을 관장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많은 유전자들이 DNA 손상을 교정하거나 보호하는 기능과 관련된 것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린달의 경우 ‘염기 절제 복구(base excision repair)’ 연구를 통해 DNA 염기(아데닌, 구아닌, 시토신,티민)가 손상이 됐을 때 그것을 인지하고 복구하는 방법을 찾았다.
모드리치는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 겸 하워드 휴스 연구소 연구원으로 ‘부정합 복구(mismatch repair)’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DNA는 4개의 염기가 쌍을 이루는데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데, 부정합 복구는 이런 미스매치된 것을 확인하고 정상으로 돌려주는 기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세포 DNA가 손상될 경우 스스로 복구하지만 복구 기능에 장애가 생길 경우 세포 이상이나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 노화, 유전적 결핍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상자들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DNA 손상이나 DNA 복제할 때 발생하는 오류 등을 인식해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생체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DNA복구 시스템중 하나인 뉴클레오타이드는 DNA를 구성하는 물질로 염기와 당, 인산 등이 결합한 것이다. 자외선을 쬐게 되면 뉴클레오타이드가 손상돼 DNA가 변형되는데, 산자르 교수는 자외선 등에 의해 손상된 DNA 부위가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 시스템에 의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는 매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왕립과학원은 "이들의 연구는 살아있는 세포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을 제공했으며 특히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었다"며 노벨화학상 수상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의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암 같은 질병은 상당 부분 DNA 유전자의 이상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이 어떻게 DNA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지 밝혀내면, DNA 이상으로 생긴 암을 고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신문사 기자 출신인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즘과 문학 경계를 넘나든 논픽션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알렉시비예치는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이라는 독창적 장르의 작품을 써왔다. 그는 작품마다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재구성해 논픽션물로 완성해 나가는 창작방식을 고수했다. 1985년 출간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비에트 여성 2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아픔과 고뇌를 드러냈다. “우리 반 애들이 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냈을 때, 내 옆에 안 앉으려 했어요. 나한테 닿을까 봐 무서워했어요…왜 나를 무서워했는지 모르겠어요.” 등 10여 년에 걸쳐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장애인이 된 어린이부터 100여 명의 목소리를 담은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소년병으로 참전한 이들과 희생자 어머니의 증언을 담은 ‘아연 소년들’, 구소련이 몰락하자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에 매료되다’까지 그의 작품은 실화와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한 인터뷰에서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고백, 증언, 증거와 문서를 사용하는 장르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세상을 보고 듣는 방식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들이 적시하듯 알렉시예비치는 사실의 기록과 실재 인물들의 목소리가 허구적 상상력을 압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웨덴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는 수천 건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인간 존재의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감정의 역사, 영혼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이며 다성(多聲·polyphony)적인 작품을 써왔다.” 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튀니지의 '국민 4자 대화기구'는 2013년 10월 튀니지의 노동계(총노조)·산업계(산업·무역·수공업연맹)·시민단체(인권연맹)·법조계(변호사회)를 대표하는 4개 단체들이 결성한 일종의 국민 협의체로서, 노벨위원회는 수상이유로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다원적 민주주의 구축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튀니지에서는 2010년 12월 한 청년이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24년간 튀니지를 통치해 온 벤 알리 독재정권이 몰락했다. 민주화시위는 인접 중동·아프리카 국가들로 번졌고, 시민혁명 직후에도 계속된 극심한 사회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튀니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전국 단위 단체들이 '국민 4자 대화기구'를 결성했는데, 이 협의체는 집권당과 야권을 중재해 지난해 10월 총선을 무사히 치렀고, 같은해 12월에는 튀니지 역사상 첫 민선대통령을 평화적으로 선출하는 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내전 직전 상황인 튀니지에 평화적인 정치 절차를 수립했다"고 평가했고, 카시 쿨만 피베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노벨평화상이 튀니지 국민에게 통합을 위한 용기를 주고, 주변국에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평화적 협상과 타협만이 국가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디턴 교수의 업적은 ‘소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의 복지 수준, 생활의 표준을 판단하려면 ‘돈을 얼마나 쓰느냐’를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저소득 국가의 빈곤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조사하기가 쉽지 않아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힘도 많이 드는데, 노벨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그의 연구가 3가지 성취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수요의 시스템’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식료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더 많이 매기려고 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 손해를 보는 이들은? 개인의 소비 선택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자신의 소득에 어떻게 반응할까? 1980년 디턴은 이런 이슈들을 반영한 ‘거의 이상적인 수요 시스템’을 디자인했는데, “이는 실제 현실사회의 수요 패턴을 비교적 정확하게 포착한 최초의 시스템”이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즉 경제정책의 효과를 연구할 때 쓰이는 표준화된 도구가 됨으로 다음 연구자들을 위한 작업기반을 세팅해준 셈이다.
두 번째 기여는 소비와 소득의 관계를 정밀하게 본 것이다. 과거에는 재정정책을 짤 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낳는 결과를 ‘짬뽕’해서, 최종 결과만 가지고 판단했는데, 디턴 교수는 그것이 ‘개인레벨’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았다. 개인들의 판단을 각각 들여다보면, ‘전체’와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변수들을 전부 합해서 데이터를 보는 것이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는 ‘디턴 패러독스’를 찾아낸 것이다. 이를테면 평균을 담은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해도 자세히 그 안에 들여다 보면 수많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으로 부분과 집합의 오류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디턴 교수는 이런 해석 오류를 막기 위해선 소비를 ‘개인 수준’에서 연구하고 이를 합산해서 봐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 기여는 생활의 표준과 빈곤 문제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저소득 국가에서 빈곤을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디턴 교수는 1988년에 가격과 상품·서비스의 질에 대한 정보를 관찰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빈곤을 측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디턴의 연구는 “다양한 소비의 측면에 대한 지평을 넓혀 줬다”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그의 연구가 “①이론과 데이터를 연결시켜줬고, ②개인의 행동과 그런 행동의 총합으로 나오는 결과를 연결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이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개발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실제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도 상당히 도움을 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