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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 Fontes Oct 15. 2015

차한잔 이야기 - 얼 굴 (박인환)

시 : 얼굴 - 박인환   /  음악 : 사랑의 찬가 - 에디뜨 삐아쁘






5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박인환 시인(1926.8.15~1956.3.20)의 고향은 강원도 인제이다.  


“나는 인제에서 태어났다. 1년에 한두번씩 지방순회 극단이 온다는 것이 내가 자라날 무렵의 마을 최대의 즐거운 일이며 장마철 4,5일간 비가 내리면 춘천에서부터 산길이 무너져 자동차는 근 한 달 가까이 통행치 않아 교통통신은 완전히 차단되고, 말뿐인 방파제는 힘없이 파손되어 대홍수는 마을을 덮어 나는 예배당 종각 위에 올라가 우리 집은 물론, 소, 돼지, 사람들이 떠내려가던 것을 본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다.”(박인환, 『신태양』, 1954년 4월호) 

 

경향신문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고...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처럼 상고머리를 하고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고급 양복과 러시안 코트를 입고... 러시아의 세르게이 에세닌과 프랑스의 장 꼭도 그리고 이상을 사랑했던, 빈 속에도 시가와 조니워커 그리고 블랙커피를 즐겼던, 명동의 댄디보이. 로맨티스트이며 페미니스트 그리고 모더니스트였던 박인환.


은성주점... 탤런트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그냥 경상도집으로 불렸던 선술집. 박인희의 노래로 너무나 익숙해진 박인환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명동의 엘레지로 불리었던, 「세월이 가면」이 바로 이 은성주점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전쟁이 막 끝난 1956년 이른 봄 저녁 경상도집에 모여 앉은 박인환, 이진섭, 송지영, 영화배우 나애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몇 차례 돌아가자 그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졸랐지만 그녀는 좀체 부르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쓰기 시작햇다. 그 시를 넘겨다 보고 있던 이진섭도 그 즉석에서 작곡을 하고 나애심은 흥얼 흥얼 콧노래로 그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깨어진 유리창과 목로주점과도 같은 초라한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것이 오늘까지 너무나도 유명하게 불려지고 있는 「세월이 가면」이다. 이 일이 있고 한 달 후 박인환은 서른 한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출처] 인제 - 박인환 시인과 비조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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