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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 Fontes Oct 18. 2015

차한잔 이야기 - 석문 (조지훈)



이 시는 조지훈의 고향인 경북 영양 일월산 황씨 부인 사당에 전해지는 전설을 소재로 했다.   


아득한 옛날.

일월산 근처 자리목이란 마을에 사는 황씨 집안에 한 처녀가 이웃 마을로 출가를 하게 되었고, 큰 잔치가 벌어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신방을 차렸다. 

달 밝은 밤 신혼 초야. 신부를 신방에 두고 뒷간에 다녀오던 신랑은 신방의 창문에 비친 칼날 그림자를 보았고, 겁을 먹은 신랑은 그대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러나 칼날 그림자는 사실은 대나무잎 그림자였던 것이다.

신랑은 그 길로 먼 곳으로 달아나서 영영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을 모르는 신부는 첫날밤에 족두리도 못벗은 채 밤을 꼬박 세웠다. 이튿날 아침, 신부집에서는 대소동이 벌어지고 신부의 부모는 머리를 싸매고 자리에 눕고 말았다. 신부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신방에 그대로 며칠을 앉았다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일월산으로 들어가 지금의 부인당 자리에 꿇어앉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세월을 보냈다.  

한편, 먼 곳으로 줄행랑을 친 신랑은 그 곳에서 새 장가를 들어서 살림을 차렸는데, 자식을 낳기만 하면 이내 죽어 버리는 것이었다. 점쟁이를 찾아간 신랑은 그가 버리고 온 옛 신부의 원한 때문에 낳은 아이마다 죽어 버리는 것이라 했다. 점쟁이로부터 옛 신부의 원한 알게 된 신랑은 부랴부랴 일월산으로 달려 갔지만 옛 신부는 종시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부인, 내가 잘못했소." 신랑은 황씨 부인에게 거듭 사죄를 했으나 황씨 부인은 끝끝내 들은 척도 안 했다.   

마침 그 곳 월자재(月字宰)에서 수도를 하고 있는 유 대사에게 청을 넣어 대사의 주선으로 황씨 부인이 오랜만에 입을 열게 되었는데, 별안간 황씨 부인에게 안개가 서리더니 어느 틈에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그 후 신랑은 그녀의 원혼을 달래고자 그 자리에 황씨부인당을 지었고, 이것이 황씨부인당에 대해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조지훈의 시 ‘석문’의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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