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 Fontes Oct 28. 2015

영화이야기 -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이기우 

2003년 / 한국 / 132 분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는 그곳에서 성주희(손예진 1인2역)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이기우)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태수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그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태수와 주희는 집안간 정략결혼을 맺은 사이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주희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태수 아버지는 사업가였다.


준하의 맘을 모르는 태수가 준 주희의 학생제 초대권으로 준하는 주희의 학교에 방문하게 되고 이후 태수몰래 여러차레 만남을 가지게 된다. 태수몰래 만남을 가지던 주희는 태수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준하역시 괴로운 심정으로 태수에게 그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태수는 주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쿨하게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렇게 준하와 주희는 서로 편지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쌓아가던 중에 편지 한 통이 빗물로 인해 주소지불명으로 반송처리되면서 태수네 집에서 이 상황을 알게 된다. 그리고 태수의 아버지는 주희가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사실때문에 정략결혼을 포기할 수가 없었고 심한 매질과 억압으로 태수를 압박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수는 괴로움에 자살을 시도하고 충격을 받은 준하는 주희에게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주희를 병문안온 준하는 그녀에게 받았던 목걸이를 병실문 손잡이 걸어두고 사라진다.   

얼마의 세월이 지났을까? 월남전으로 향하는 군용열차에 앉아있는 준하를 발견한다. 주희는 눈물로 꼭 살아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며 그 목걸이를 준하에게 다시 건넨다.     


월남전. 전투를 마치고 퇴각할 때 목걸이가 없어졌음을 느낀 준하는 다시 총탄을 뚫고 전장으로 들어가 목걸이를 찾아오다 폭탄이 터져 시력을 잃고 만다. 한국으로 돌아온 준하는 한 카페에서 주희를 만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준하의 유골분을 주희가 강가에 뿌린다.   


엄마의 편지함에서 옛사랑을 읽은 지혜(손예진 1인 2역)는 좋아하는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이 준하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이루지 못한 부모세대의 사랑이 또 한 번의 우연을 가장한 애절한 사랑으로 자식의 세대에서 결실을 맺어간다.  



 

이 영화에는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느끼는 여운이 있다. 소설 ‘소나기’를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레임도 있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는 모습에서는 유치환 시 ‘편지’ 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사랑의 연결이 현실성 없어 보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수학 공식처럼 다가와 진행되는 것이 아니니, 그 우연이 운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처럼 사랑의 감정은 지극히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지만, 각자의 사랑은 저마다에게 특별한 것이기에 우연의 연속이라 해도 그 자체가 소중하다.   


6,70년대... 감정을 겉으로 내놓지 못했던 사춘기의 학창시절... 풋풋하고도 순수한 사랑이 주변의 상황과 어른들의 논리에 묻혀버려야 했던 그 시절 그들의 아픔을 현시대의 자유로움으로 끌어 올려 사랑을 완성하게 하는 설정이 참으로 가슴을 들뜨게 한다.   


영화 클래식에서 소나기는 첫 만남의 시작이었고, 비를 맞으며 서 있던 교복의 모습은 사랑의 아픔이었고, 자켓을 들고 빗속을 달리는 장면은 사랑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쇼셜네트웍으로 중무장한 요즘에 이러한 사랑을 진부하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사랑이 핑크빛이라는 본질은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젊음이나 황혼의 나이나 모두 이 영화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https://youtu.be/ppmfh00eRFc            


https://youtu.be/9iMU4cqrl5E            



https://youtu.be/5ysdHjaeGGU



매거진의 이전글 차 한잔이야기 -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