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
좋은 것만 생각하니 참 좋다
나는 금사빠다.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곳을 가거나 무언가를 갖게 되고 경험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금세 너무 좋아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내 것이 되고 나면 더 특별한 가치가 플러스된다.
내 아이는 오죽할까. 남편조차도 유별나다 말하고, 엄마도 "난 너희들 키울 때 힘들어서 그렇게 예쁜 줄도 몰랐는데 너 보면 참 신기하다" 하신다. 샘 많은 언니는 "지 새끼만 예뻐하는 년"이라며 욕을 한다. 그러나 저러나 난 내 아이들이 예뻐죽겠다. 어떻게 뱃속에서 요런 게 생겨났을까 아직도 신기하다.
난 우리 동네도 좋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참 좋다. 동네를 거닐면 한적하고 푸르고 정감 있다.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기도 좋다.
15년 간 근무했던 회사를 나오면서 생각지 않던 돈이 조금 생겨 좋은 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이 동네 1층 매물은 다 보고 다녔는데 그중 이 집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20년도 더 되어 많이 낡은 빌라였지만 그 안에서 가족과 알콩달콩 살아갈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공간들이었다. 이 집에 살고 계셨던 분들도 우리 부부만 할 때 이 집에 들어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출가할 때까지 키우시다 두 분만 남게 되어 이사를 가신다며 집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셨다. 우리도 여기에 살면 이 분들처럼 멋지게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아 더 좋았다. 집을 보며 눈이 하트가 되고 손뼉을 쳐대는 우리를 보고 집주인은 흐뭇해하시며 시세보다 훨씬 싸게 집을 내어주셨다.
태어나서 처음 내 집을 갖게 되었다. 남편과 세 달에 걸쳐 집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집 안의 모든 색깔과 모양을 정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많은 내겐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꿉놀이였다.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색이 존재하는지도 처음 알았고, 몰딩의 종류도 끝이 없었다. 어디에 구멍을 뚫어 어떤 조명을 달지, 손잡이는 뭐로 할지, 하다 못해 타일과 타일 사이는 무슨 색으로 채울지까지...
한 땀 한 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집이 생겼다. 이 집에 이사오던 날 생각했다.
'아 좋다. 난 이 집에서 죽을 거야'
요즘은 온라인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이 참 좋다. 글 쓰는 걸 좋아하면서도 자꾸만 딴짓을 하며 시간을 버리게 되곤 했는데 요즘은 쓸데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다. 또 계속 쓰다 보니 쇼츠 영상보다 더 재밌다.
다른 분들의 일상과 생각을 나누는 일도 정답다. 솔직히 나는 금사빠이면서도 너무 훅 들어오는 거리에는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안전선 같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예의 없는 태도에 예민하고, 늘 상냥하고 따뜻한 대화를 하길 원한다. 그런 면에서도 이 모임이 내게는 딱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정리된 글로 표현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일상의 만족스러움과 안정감을 느낀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오늘은 이 모임에서 받은 이 글감 덕분에 내가 얼마나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