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읽고 우리 50개씩 만들어서 만나
그러나 막상,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녀도 나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뒤로 감추고 어떤 방식으로든 한 걸음을 떼어 보려 애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불안할 땐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다. 타인의 지식을 한번 훑어보는 것뿐일지라도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창업 관련 비즈니스 서적을 6권 빌려와 읽고 있는데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까똑!
「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이거 읽고 50개씩 만들어서 만나'
노란 표지의 커다랗고 두꺼운 사이즈의 비즈니스 서적을 보자마다 바로 총알 배송으로 주문을 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부터 최근에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들을 소개한 책인데, '오~ 이런 비즈니스도 있네?'라며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역시, 남이 이미 만들어 놓은 사례를 되짚어 보는 일은 너무 쉽다. 그 좋은 아이디어가 내 머릿속에서는 태어나지 않을 뿐.
특히 요즘은 비즈니스의 유형이 세분화되거나 통합되는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상상만 했던 모든 것들이 가능해진 시대가 된 듯도 하다. 오히려 사회적 인식과 규제가 비즈니스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더욱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스펙은 왜 그렇게 또 어마어마한지... 흥미진진하게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새 점차 위축되고 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모든 비즈니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형태로 귀결된다. 사업 아이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제품으로서 표현된 소비자의 Needs도 있지만, 단순히 '불편함'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숨겨진 Wants'를 찾아내는 것이 사업 아이템 발굴의 출발점이다. 이 세상에 불만스러운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각종 교육 콘텐츠. 우리 아이의 성향과 level에 맞게 편집하여 사용성 높은 형태로 제공해 준다면? 거기다 학습과 결과까지 care까지 더 해준다면 어떨까?'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 너무 아깝다. 그런 훌륭한 과정을 해내면서도 우울증을 함께 겪는다. 이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까?'
'초고령화시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약탈 시대를 예견하는 사람들. 그러나 시니어들은 지갑이 두툼하다. 시니어 타겟 비즈니스가 규모 면에서나, 사회적 기여 면에서나 의미 있지 않을까?'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너무 중요하지만, 텀블러 및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닌 것도 사실이다. 곳곳에 거점을 두고 세척 또는 용기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어떨까'
50가지까지는 아니었어도 적잖은 생각을 날 것으로 적어왔지만, 막상 얘기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그렇지', '나도 그래' 정도의 뜬구름 없는 대화만 겉돌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심란한 마음을 감춘 채 잠이 들었다.
불안함은 이상 행동을 낳는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상상의 나래가 끝없는 의심과 걱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혹시, 5년 간 경력이 단절된 내가 못 미더워 선뜻 의견을 나누지 못하는 건 아닐까. 혹은 이미 구상한 계획이 있으나 그 계획에 내가 적합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애초에 당장 사업을 시작하자고 먼저 주장한 것도 아닌데, 꿈을 꾸기에 앞서 불안에 먼저 휩싸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시장이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
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
그 안의 교집합. 남은 인생을 걸만한 계획을 결국,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