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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Oct 24. 2023

11: 때론 억지로 때론 재밌게 습관 만들기

제목: 2022년 6월 16일&종이접기 하하하호호호히히히

<초1adhd일기 2022년 6월 16일_2022년 6월 16일>

글써야지 나간다고 했다
안쓰면 안니간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야지
나는 나갈거다
킥보드 탈거다
<초1adhd일기 2022년 7월 1일_종이접기 하하하호호호히히히>

네모아저씨종이접기
자따라해보새요
아주잘함
재미있음
매일매일
여렵다고
부모님이 억지로 시켜서 싫증내면 안돼

운동장 7바퀴돌겐데 그러면 네모아저씨팽이접기 7개 볼 수 있다
다음부터는 8바퀴 실천할거다
그다음부터는 12바퀴 돌고 마지막은 20바퀴 돌거다
네모아저씨종이접기20개볼수있다
하하하호호호히히히

하교 후 그렇게 그렇게 조르던 호수와 함께 호수를 따라 먼 산책을 떠났다.

아이는 즐겁게 두둥실 뛰었다.

마치 구름처럼 가볍게 가볍게

떠 오를 듯이

마냥 행복하게

잇몸이 드러나게 웃는 아이 얼굴을 따라

엄마가 같이 웃었다.

호수가 기뻐하면

엄마도 기쁘니까


아이는 묻는다. "엄마 나 사랑하죠?" 나는 대답한다. "아니" 아이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웃고 또 웃는다.

아이는 엄마랑 뽀뽀도 하고... 즐겁게 즐겁게 날아올랐다.


네 속셈은 산책이 아니라

지난번 산책 때 사 먹은

맛난 돈가스인 걸 알지만

눈감아 줄게.


꿈에 그리던 돈가스를 배불리 먹었다.

깜깜한 밤에 무서운지 "하나님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제 엄마 차례 엄마도 기도해요"

"하나님 안전히 돌아가게 도와주세요" 엄마도 덩달아 기도한다.

인도도 없고 도로가에 하얀 줄 표시마저 희미해진

비좁은 길을 따라 걸어서 아슬아슬 충만했다.


돌아오는 길에

넓은 데크에 들려 벤치에 앉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호수를 바라다보았다.

지난번에 그랬으니까 아이는 신성한 의식인 양 그렇게 또 반복한다.


집 근처에 이르렀다.

매일 여섯 바퀴 돌던 공원을

오늘은 두 바퀴만 돌았다.

안 돌아도 되는데...

호수가 하자니까

배불리 먹었으니까

좀 더 운동삼아 돌았다.


집 앞에 택배 박스가 묵직하다.

널 위한 선물이 도착했다

수학도둑 (1~45권)

널 위해 이걸 사느라 며칠 중고서점을 뒤졌.


호수는 가위를 들고 박스를 뜯었다.

책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책을 들었다 놨다 한다.

순서대로 놓고

빈 책장에 꽂아놓는다.

기쁨의 연속이다

그때까지 먹구름은 한 점 기미도 없었다.


그런데 이내 고단한 하루에 지쳐 버렸다.

남편에게 S.O.S를 쳤다.

두 시간 반의 산책에 에너지 고갈이라고 쓰러지겠노라고

남편은 알겠다고 들어가 자라고 한다.

기어코 나는 말씀필사를 마무리하고 기절하자 생각했다.

나와 아이들을 거실에 남겨둔 채, 남편은 방으로 쏘~옥 들어가 버린다.

월드컵 한국 축구에 정신이 팔려 버려서......

호수는 말씀을 쓰면서 수학책도 하고 클레이도 하고 말씀 쓰기가 세월아 내 월아 한다.

말씀 쓸 때는 기탄 수학 풀지 말라고 (귀한 시간이란 말이야 좋은 말로 해도 되는데...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이 상황 우 C 엄마의 목소리가 자꾸 커진다)

수학 나중에 하고 말씀 쓰기부터 하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다가.... 안 먹히니까.... 나는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 피곤하고 자고 싶다)

엄마 옆으로 와서 쓰던지 혼자 쓸 거면 얼른 써오라고 재촉을 한다. 내 격앙된 목소리에 아이는 울먹인다.


그제야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내가 힘들다고 했잖아 아이 말씀 쓰는 것 좀 봐주라고...." 짜증이 난다

아이가 말씀 좀 늦게 써도 되는데... 내 피곤함이 가시가 되었다.

아이의 행복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다.

한껏 부풀었던 풍선은 피지직 슝 바람이 빠진다.

내가 잘못했다 사과해도 이미 늦었다.

상한 마음은...


화난 아이와 힘든 나는 심호흡을 했다. 아이는 들숨 날숨이 여전히 미숙하다.

그래도 삼박자 들이마시고 삼박자 내쉬고 한 번 더... 삼박자 삼박자...

잠시 stop 하고 think 하고 그다음 이야기한다. "미안해 사랑해"


내 필사는 끝났다 그리고 기도해야 하는데...

이런 초라한 모습을 가지고 그 앞에 나아가 주님께 기도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엄마가 없는 게 차라리 저 아이에게는 행복할까?!

자괴감이 몰려온다. 

몸도 무겁고 눈도 무겁다.

그런 밤에도 아이는 엄마 품을 파고든다.

꼭 팔베개를 해줘야 스르륵 잠이 드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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