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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Oct 21. 2023

10: 동네 아이들 속에 섞여볼까? 절망감

제목:JUN12넘기기 디데이 달력 갖고 싶다&우동&엄마 다쓰고 엄마 미워

<초2adhd일기 2023년 1월 25일_JUN12넘기기 디데이 달력 갖고 싶다>

디데이 달력 갖고 싶다.
지금 디데이 달력이 없다. 이번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정도에는 온다. 빠르면 내일저녁이나 모래저녁이나 글피저녁에 디데이 달력 온다.
오늘 도서관 갖다 왔다. 도서관에 엄마랑 다0쥐샘이랑 문0경 선생님이랑 이0령 선생님이랑 엄마랑 선생님들이끼리 이야기 했다. 그래서 동생이랑 2시간10분 동안 종이접기 하면서 놀았다.
<초2adhd일기 2023년 2월 8일_우동>

우동이 엄청 맛있다. 유치원모임에서 떡뽁이 먹고 우동도 먹고 수요일 김밥 목요일 불고기 금요일 두부 잡채 떡라면도 먹고 라뽁이도 먹고
초2adhd일기 2023년 5월 21일ㅡ엄마 다쓰고 엄마 미워>

엄마를 죽일까 말까
안아줄 생각을 해야지 그냥
안아줄 뭐할 타임이냐 딴 거할 타임이냐 지금이
상황을 보고 행동해라
뭘 하는지 안 하는지
지금이 무슨 타임해라
지금이 이거 할 땐지 저거 할 땐지 상황 보고 행동해라
격동이 중요해 뭐가 중요해 때릴꺼애가 중요해 90이중요해 99가 중요해 뭐가 중요해
00이가 나쁜에다. 그 에가 한 두번으로 고쳐지는 애가 아니이다.어릴 때 그게 고쳐져야 어른 때 그게 고쳐진다.
이제 그만 말 시켜라
욕 해도 될 까요.
욕은 화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해라 귀청죽겠다

오늘은 동네 유초등 모임에서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 날이다. 겨울부터 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공을 들여왔던 터이다. 원래는 유치원 모임으로 시작되었는데 올해 초등입학을 한 아이들이 있어서 유초등 모임으로 이어졌다. 그동안은 이 모임에 별 감흥이 없는 호수의 마음도 열기 위해 겨울방학 모임에 한두 번 데려갔고 드디어 모임의 멤버로 정기적으로 참여해 볼 심산이었다. 동생 호반이가 장염으로 며칠 고생했기 때문에 호반이는 집에 두고 호수랑만 모임에 갔다.


오늘의 메뉴는 부대찌개이다. 내가 준비할 재료들이 있었다. 가고 싶은 마음 vs 가면 일어날 말썽(?) 때문에 가기 싫기도 했다. 그런 양가감정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한다. 이미 늦었다. 그래도 눈을 질끈 감고 한발 내딛는다. 호수의 손을 붙잡고 발은 이미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산책을 나간 터였다. 늦게 온 한 가정과 함께, 우산을 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그들을 찾으러 맞으러 갔다.


모퉁이를 돌아 신호등 앞에 서니 이미 저만치 동아이들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아이들과 만나서 같이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이미 도서관에는 부대찌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오늘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한 치즈케이크와 초콜릿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엌으로 가서 부대찌개에 간을 맞추고 버너 속 냄비가 팔팔 끓어오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각자 준비해 온 그릇에 가득 퍼주었다. 그 사이 호수는 날뛰고 있었다. 간간히 "호수야 조용히 해줄래"하는 관장님의 말소리고 들리고, '조용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데'하며 옆에 있는 엄마에게 넋두리 삼아 말했다. 2층 내려오다가 계단 밑에 있는 아이와 켰는지 큰 소리가 났다. 바로 달려가서 사과시키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 부대찌개를 퍼주었다. 또 다른 아이가 두 번째 그릇을 들고 와 떡을 퍼달라고 해서 가득 담아주었다.


그 와중에 호수는 생일 축하 렌다를 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아무리 흔들지 말라고 해도 계속되었다. 엄마도 점점 평정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만 집에 가려는 순간 케이크 먹고 가라고 부른다. 호수도 케이크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해서 다시 자리에 앉는다. "살이 찌는데..." 나는 그만 이 위기를 모면하고 싶은데, 호수는 치즈 케이크를 먹고도 초쿄 케이크 위에 데코 크림을 달라고 한다. "네가 제일 큰 거 먹었어."라고 그만 먹으라고 제지한다. 나는 난감하고 속상함이 밀려온다. 아이를 자제시키다가 급기야 뒤통수를 쳤다. 화들짝 그 순간! 아이는 왜 때리냐고 하고 고성을 지른다. 그중 한 유치원 아이가 툭 내뱉는다.

형아, 장애인인가!?


엄마는 일순간 얼음장이 되었다. 어찌어찌 겨우겨우 마무리를 하고 아이에게 집에 가자고 해서 데리고 나왔다. 관장님이 따라나와 우리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뒤통수가  따갑다. 이미 화가 났고 이미 속상했고 나야 소리를 지른 것은 아니지만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쭈그러든다.


남편는 나의 푸념을 들어야했다. 아이가 낮에 담임선생님한테 혼났다는 이야기 보태졌다. "네가 잘못하니 그렇지" 그리고 엄마가 데리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도서관 모임 못 와"라는 잔소리가 귀  뿐 아니라 가슴에 박히고, 아이는 다시 도서관 모임 안 간다고 엉엉 운다.


소리 높여 우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난 남편도 엉덩이를 한 대 때린다. 그 모든 게 독이 된다. 그리고 사과하고 사과하고 아이는 아빠를 죽이고 싶다고 글을 썼다. 엄마도 사과하고 사과하고 그다음 날에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80퍼센트 용서하고 20퍼센트는 못 용서했다."고 산책 중에 고백한다.

'그래 나도 그래....!! 나 스스로도 내가 용서가 안되고 뒤통수가 뜨겁고 평정심을 잃은 나 자신 때문에 며칠 가슴앓이 중인데 너야 오죽하겠니!'


하필 저녁에

하필 비 오는 날 저녁에

하필 비 오는 날 저녁에 대집단 활동을

하필 비 오는 날 저녁에 대집단 활동을 실내에서


하필 그랬다.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다시 엄마들 차마시며 담나눌 때쯤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 함께 했다. 폐끼친 듯해 미안하다고 후회를 토로하자 그들이 각각 따뜻한 한 마디씩 위로를 건넸다. 따뜻한 이웃들이다. 오늘 처음 참여란 이웃도 있어서 호수가 adhd임을 말하고 혼잣말의 어려움, 투약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고 다음에 참석하면 제가 옆에서 마크하겠다고 했다.


부끄러움이 가득, 쓰라림 가득 그런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집 앞 공원에서 분식을 사 와서 파티를 하기로 했으니 가고 그다음에는 제주도 여행이라 불참하고 다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이게 득인지 실인지 모르겠다. 관장님은 그래서 오지 않거나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아이와 나에게 상처 그리고 모두에게 민폐라면 stop이 나은가 go가 나은가 고민스럽다.


그들에게 호수에 대한 정보를 주는 장문의 문자를 동네 유초등 모임 엄마들 단톡방에 쓸까 하다가 접었다. 그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정보인가 해서 쓰다가 접었다. 이런 것을 그들이 이해하고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고 그냥 동네 아이들 친목 모임이니까 말이다.


이 상태로는 또 참여한다 해도 아마 이런 어려움에 다시 직면할 것이다. 그것은 득인가 실인가? 실일 것이다. 실패를 통한 배움! 그런 쓰라린 수업료를 지불하고도 뭔가 배우는 것이 있겠으나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어른들이 호수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준비되지 않은 친절은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날 이후로 호수는 그 좋아하던 부대찌개를 먹지 않고 그 도서관에도 가지 않는다.


도 땅굴 파고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운 순간과 시간이었어요. 그렇지만 내일은 새날이네요. 올봄에 일어난 일이에요 올가을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데리고 갈까 고민이고요. '어쩌면 이 시간이 지나면 정작 이걸 신경 써주지 못 한 걸 후회하지 않을까!" 마지막 마지막까지 발목 잡는 사회성다 싶어요.


주여, 더디게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 모자가 단련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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