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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Oct 28. 2023

14: 공복에 당기는 핫한 커피 한 잔의 여유

제목: 사울의 불순종 & I like gold pizza. & 용돈

<초1adhd일기 2022년 7월 3일_사울의 불순종>

먹는 거는 먹고
먹지 말아야 되는 것은 먹지 말고
사울이 음식과 무기를 주었다
사울에게 고자질했다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대답해주지 않으셨어요
사무엘상 31장20절
<초1adhd일기 2022년 7월 4일_I like gold pizza.>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맜있는 골드피자 

나는 라면을 좋아해요
나는 우동을 좋아해요
나는 피자를 좋아해요

두 유 라이크 피자
Do you like pizza?

아이 라이크 피자
I like pizza.
아이 돈 라이크 치킨
I don't like chicken.
<초1adhd일기 2022년 7월 5일_용돈>

나는 용돈 백만원 모으려면 조금만 더 모으면 된다
운동장 한바퀴 500원 매일 7바퀴 3500원씩 용돈 ㅋㅋㅋ

아침부터 숨이 턱에 찬다.

7시 30분에 기상한 호수와 더불어 하루가 열린다.

호수에게 메디 한 알을 먹이고 어제 끓인 부대찌개에 밥을 비벼주니 몇 숟갈 뜬다.

아이가 세수하러 간사이, 냉장고 벽에 해외결연아동 사진이 없다. 으이그~~~


'지난번에 다 찢어놓아서 새로 전화해서 받은 건데 말이지... 엄마한테는 소중한 거야' 버럭 했다.

아이가 그걸 보고 싶어서 떼었겠지 살짝 스치기는 했으나 감정코칭은 개뿔 일단 내가 화가 났으니...

아이에게서 그 사진을 돌려받고야 마음이 풀렸다.

때늦은 사과를 했으나, 이미 아이의 마음도 상해버렸다.


그 와중에도 모닝 독서를 하겠다며 울먹이며 책을 찾아온다.

울려다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아이 또 울려다가 이어서 읽는 아이

참 이 아이가 무서운 것인가 루틴이 무서운 것인가! 이 아이 뭐니 싶다.

독서록까지 쓰고 보니 다른 때보다 몇 분 이르다. 

시간 집착이 있어서~~~~ 오늘은 학교에서 '서점 견학 가는 날'이라고 후다닥 등교를 해버렸다.


등교 후 얼마 안 있다가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아이 물병이 없다고 전화기 너머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외투도 마스크도 잊은 채, 운동화는 접어 신고 물병을 들고 부리나케 달렸다.

다행히 8시 30분 스쿨버스가 서점으로 출발하기 전이었다. 물병을 건네주고야 내 몰골이 부끄럽다.


아뿔싸!


집에는 둘째가 유치원 등원 전이라 잠들어 있다. 중전마마처럼 나도 슈룹~~~~~~


아! 아직 안 깼다. 다행이다.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소요리문답을 펴 들고 호빈이가 일어나기 전에, 읽는다. 기도한다. adhd 독서동아리 회원들을 위한 기도도 한다.


띠리링~~ 전화 벨이 울린다. 


호수의 담임선생님이다. 오늘 견학 간 서점에 미리 아이들 책을 한 권씩을 주문했는데, 호수의 책만 입고가 안되었단다. 그래서 다른 책 7분 내로 알려달라고 했다. 문자로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 1권~9권 읽었는데, 새로 나온 신간들 중에 골라서 왔던 전화로 문자를 넣었다. 다시금 담임 선생님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그래서 책 제목을 불러주었다. 아마도 병설유치원 일반전화번호는 문자가 수신된다고 했는데, 초등전화 일반전화로는 문자가 수신되는 게 아니었나 보군. 이크~~~~!! 본의 아니게 선생님과 자주 통화를 하는 날이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호빈이는 김에 밥을 싸서 간단히 먹였다. 아이의 등원 전에, 나는 새로 옷을 갈아입고 구두를 신었다. 좀 전의 부끄러움을 만회하려는 듯이. 10시 30분까지 등원을 시켰다. 유치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놀이하고 있어서 거기서 담임선생님에게 인사하고 바이바이 했다.


교문 앞에서 수위 아저씨가 목련나무 가지를 흔들고 계셨다. 왜 나무를 터냐고 여쭈었다. 나뭇잎 쓰느라 허리가 아프시단다. 은행잎이 보기에는 고와도 떨어지니 아침 이슬이 내리면 잘 안 쓸린다고 하신다. 음... 누군가에게는 보기 좋아도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이구나! 집 앞 공원에 어느 노인복지센터에서 가을 소풍을 와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햇살을 쬐고 계신다. 내게도 저런 날이 오려나?


식전부터 하도 달렸더니 허기가 진다. 아~ 밥통에 밥이 없다. 김치통에 든 쌀이 얼마 안 남았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음... 공주의 논을 빌려 주었는데, 소작농으로부터 아직 햅쌀이 오지 않았다. 한 해 동안 먹을 쌀가마니들이 도착하기 전에 쌀을 20kg쯤 사야 할까 보다. 


밥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아~ 배고파!


그래도 공복에 믹스커피 한잔 당기자! 

몸은 바빠도 맘은 여유롭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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