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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Nov 04. 2023

19: 개취적인 취미이야기 1 볼링치기

제목:볼링&볼링비와 신발&오늘은 목요일이다.&내일 대동볼링장 간다. 등등

<초1adhd일기 2022년 7월 5일_볼링>

나는 목요일에  아빠와 함께 볼링 치러 간다
방학 때는 다른 요일에 갈 것이다
볼링비는 내 거는 6500원이 들고
아빠는 8000원이 들었다
모두 합해서 총 14500원이 들었다

아빠 신발은 260이 딱 맛았다
나는 200을 신었다
목요일마다 동생은 엄마와 함께 유치원 책모임 간다
동생은 볼링 못간다 신발이 없으니까
동생은 신발이 180인데 거기는 제일 작은 게 200이다
그래서 나랑 아빠랑간다

동생이 초등학교 가면 엄마도 나랑 같이 갈수있다
그러면 우리 식구  모두 갈수있다
<초1adhd일기 2022년 7월 6일_볼링비와 신발>

나는 6500원 들었고 아빠는 8000원 들었다.
내꺼는 용돈에서 내고 아빠꺼는 아빠돈으로 내고
모두 합쳐서 14500원 들었다.
아빠의 신발은 265가 딱 맞다.
내 신발은,225가 딱 맞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0일_오늘은 목요일이다.>

오늘은 목요일이다. 그래서 볼링간다. 다음주부터는 볼링 화요일날 갈거다. 공은 5파운드 쓸거다.
밥은 홈플러스 에서 먹을 것이다. 메뉴는 모짜렐라카츠 먹을 거다. 내가 낸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쏠거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7일_내일 대동볼링장 간다.>

내일 대동볼링장 차는 B2층에 새울것이고, 형들이랑 볼링 칠것이다.
다음주에 샘 선생님들 방학이다. 우리 학교는 1월15일에서  2월15일 사이에 방학한다.
이제 연극 선생님 다음주가 마지막이다.
받아쓰기 13회 두 번 연습하기
월요일 시험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11일_대동볼링장>

화요일날도 대동 볼링장 갈 것이다. 아빠 화요일날 174점 나왔다.
따른 사람 194점 나온 사람도 있었다. 2번째 사람 214점 나왔다. 새 번째 사람 228점 나왔다. 마지막 4번째 사람 257점 나왔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11일_12월11일 일요일>

12월13일 날 대동볼링장 갈 것이다. 나 이번에는 볼링 60점 넘을 거다.
일주일에 일기 두 편 쓰기 월요일 검사
받아쓰기 13회 연습
화요일 시험

아들이 아빠와 볼링장에 다니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동생이  화요일마다 동네 아이들과 도서관에 모여 노는데 끼어 놀지 싫다고 해서 생각해낸 대안이었다.  볼링장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나와서 시끄러워도 좋다. 아들이 소음공해다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은데 음악에 묻히니 이목 걱정할 필요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점수판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 숫자판에 몇 핀이 쓰러졌는지 점수화 되어서 나오는 것이 아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지금이야 더블도 기록하고 스핀 처리도 해낸다. 신기한 것은, 레슨 한번 없이 꾸준히 가는 것만으로도 점수가 는다는 것이다. 고학년 되면 레슨을 시켜줄까 생각중이다. 맨 처음에는 그냥 무심히 던지고 왜 넘어지지 않느냐고 보채기도 하고, 두 게임하고 나서도 더 하고 싶다고 조르곤 했다. 이제는 두 게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외식을 하는 것으로 수요볼링 날의 신성한 의식마냥 룰이 정해졌다.


아들의 지난 일기를 보면 혼나고 맞고 욕듣고 그런 기록들이 심심치 않다. 또한 열심히 버티고자 애쓴 흔적들이 있다. 그렇게 매일 긴장되는 학교생활, 아들은 볼링으로 스테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볼링이 처음에는 점수가 안나왔는데 꾸준히 하면서 점수가 느는 것을 보면서 아이는 뭐든지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으면 좋은데, 아들이 볼링 동호회같은 것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혼자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뿐만 아니라 아빠와 시간을 함께 할 수있다는 것도 좋다. 아빠는 아이가 어릴 때는 크면 놀아주겠다고 또 유아기 때는 말이 안통한다는 이유로 놀아주지 않았다. 언어지연 아이에게 말이 안통한다고 안놀아주는 게 속이 상했다. 하루는 처음으로 아이와 공을 차러 나갔던 아빠가 씩씩대며 아이는 서럽게 울면서 들어왔다. 공을 던져도 못 받고 공을 굴려줘도 안찬다는 것이다. 그랬다. 느리다. 그것에 대한 재확인이 화가 나게 만든 것이리라. 그 이후 아이는 아빠랑 운동장에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 동생도 캐어해야 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특체센터를 다니면서 공 주고 받기부터 베드민턴, 인라인까지 돈 내고 배웠다.


지금이야 아빠가 안놀아 주는 거지. 나중에는 호수가 안놀아 주는 때가 올걸.


 그 말에 남편도 움찔했다.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이 아빠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찬스일지도! 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부자의 등을 떠밀어 볼링장에 다니게 했다. 멀게만 느꺼지던 아빠의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빠와 아들은 화요일마다 시간 같이 하면서 조금 더 끈끈해졌다.


이번수요일에 오른 팔이 다쳐서 반기브스를 했다. 학교에서 점심급식을 먹은 후 운동장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놀다가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졌다. 하필 팔이 다쳤다. 하필 성장판 부분이 부르진 것이 확실하니 상급병원 가보란 소리에 놀라서 다음 날 큰 병원에서 X-ray, CT, MRI를 찍었다. 다행이 첫번째 만났던 의사 선생님이 X-ray 판독을 잘못햇던 것이었다. 팔은 부러지지는 않고 단순 염좌였다. 휴 다행! 아이도 처음 MRI를 찍는데 힘들었다. 그 때문에라도 다음부터는 다치지 않게 조심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깁스를 한 탓에 학교 축제 때, 바이올린, 칼림바, 사물놀이 무대에도 못 서게 되었다. 여름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했는데, 졸업 전까지 또 매년 축제가 있을 테니까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서운함을 달랬다.


하필 오른 팔을 다친 아들은 지금 한창 장난감 볼링을 가지고 왼손 볼링중이다. 미니 볼링세트는 동생의 것인데, 볼링공이 망가져서 야구공으로 던져가며 열심히 몇번이고 볼링을 하느라 땀까지 난다. 그렇게 열중하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오늘 아침에 상담실 원장님께서 "대화는 공을 주고받듯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혼자 자기 말만 하면 안된다"는 수업 내용을 생각하는 듯하다. 아마도 원장님의 말씀의 뜻을 머리로는 알아도 체득해서 적용해보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다.


볼링공이 핀에 부딪히는 소리가 꽉 막힌 일상의 고구마같은 순간을 날려버린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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