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hdcafe Nov 05. 2023

20: 참 복스럽게 먹는구나, 아~ 한 입 더

제목:오늘 급식 & 내일 급식 & 내일 저녁 메뉴 & 닭볶음탕1~2 등등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1일_오늘 급식 >

오늘 급식에서 국수 나왔다. 내일도 맛있는거 나온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것 나온다. 기대된다. 목요일날 급식에서 통살새우까스 나온다. 금요일날 급식에서 새우튀김 우동나온다. 목요일 금요일 날 맛있는 것 나온다.

오늘은 볼링간다. 아빠랑 볼링간다. 볼링갔다 오면 7시30 40분 쯤 된다.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2일_내일 급식 >

내일 통살새우까스 나온다고 했다. 금요일날은 새우 튀김 우동 나온다고 했다.
아빠 볼링 최고점수가 197점인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떡은 시루떡이다. 시루떡이 왜 좋나면 그냥 좋다.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2일_무제 >

오늘 급식 에서 맑은 오징어 묵국 나왔다.  월요일날 급식에서 짬뽕 수재비국 내왔다. 내일 급식에서 수재 등심 돈까스 나온다.

phone
computer
pen
bag
cat
car
bike
coat
bog
TV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30일_내일 저녁 메뉴>

내일 저녁은 두부이다. 오늘 급식 오삼불고기랑 찹쌀 스태이크 파인애플 구이 나왔다. 12월2일 금요일날도 오삼불고기 나온다. 12월6일 화요일날도 오삼불고기 나온다. 맛있는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몰라. 형들은 왜 호기심딱지만 부르라고 할까? 별로야 나도 몰라요.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1일_닭볶음탕1>

나는 닭볶음탕만 먹을 거야.
오늘 교실에서 실험왕책 찾았고,
돌봄교실에서 수학 도둑책 찾았다.
오늘 수학도둑 42권책 빌렸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3일_닭볶음탕2>

나는 닭볶음탕만 먹을 거야.
품 속에 죽어있는 나 내가바로 내가 멋져 더 팍팍팍팍팍팍팍팍
나잘 나잘 나잘난 더잘 더잘 더잘난 우하우하우하 우하우하우하 잘난 사람 잘난 체조 못난 사람 못난 체조
나는 커서 사회 복지사 될것이다. 어려운 이웃들 도와주는 것 하고 싶다. 태권도도 배우고 싶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2일_떡볶이>

달리기 대회에서 십 등 안에 드는 사람은 떡볶이와 순대 어묵 왕창 사줄거예요. 현수는 결국 달리기 대회에서 떡볶이도 못 먹고 현수는 달리기 선수도 될 수 없다.
아빠 오늘 늦게 온다. 열시 넘는다. 우리끼리 자라고 했다. 아빠 샘선생님 만나러 갔다.
받아쓰기 12회
화요일 시험 70점 맞을것이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2일_홈플러스 외식>

오늘 홈플러스에서 우동을 먹었다. 두부도 먹었고 밥도 먹었고 돌솥비빔밥도 먹었고 돈까스도 먹었고 떡갈비도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오늘 홈플러스 마켓에서 오랜지랑 딸기를 샀다.


유치원 때부터 급식을 암기하고 다니곤 했다. 여름방학 때는 한솥 도시락을 돌봄교실에서 배달시켜 먹었다. 매일 도시락 이름을 좔좔 외우고 다녔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서 좋은 상상을 하는 아이 마냥 해맑은 아이다.


지금도 등교 전 모닝독서를 하면서 옆에서 엄마에게 말을 건다.

"엄마 그거 알아요?" 

"?"

"내일 급식은..."(시답지 않은 급식타령이다.)

"내일모레 급식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 나와요"

"그게 뭔데? 고기"

"네 삼겹살이요"

"그래 좋겠네. 적당히 먹어."

"나 두 번 먹을 거예요."

흰 이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다.


나는 코웃음이 난다. 아이는 그렇게 입이 달다. 소규모 학교는 도심의 학교보다 급식이 잘 나온다. 그것도 교통이 불편한 셔틀버스가 운행하지만 가끔씩은 드라이빙을 해서 등하교를 시켜야 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유인책이 될 수도 있겠다.


아들은 경도비만이다. 입이 단 아이라서 딱히 먹는 것을 줄일 방법은 쉽지 않다. 밥상머리에서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들 감정만 상할 뿐이다. adhd 투약을 하고 부작용 탓도 있다. 대신 잘 먹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 살을 빼는 것보다 몸무게가 유지시키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엄마가 해주는 건 뭐든 잘 먹는 우리 아들

고기든 야채든 복스럽게


힘겨운 날에는 배라도 든든하면 힘이 나지

먹는 것이라도 마음 붙일 게 있으면 된다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고개 숙인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학교 가기 싫은 날에도

급식 메뉴 생각하며 달려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 사람이든

그 시간이든

그 음식이든

네게 의미 있는 그 무엇이든 학교에 있으면 되지


혹시라도

그 무엇 하나 마음 둘 것 없는 날에는

우리 그만하자


꼭 학교에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엄마는 말이야

졸업이 아니라 네가 중요하거든


꼭 학교에 다녀야 꿈을 이루는 건 아니란다

인생에는 여러 길은 있으니까

사회복지사도 될 수 있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고말고


오늘 또 아들에게 묻었다.

작년에 놀리던

작년에 때리던

작년에 괴롭히던

아이들 이제 더 안 그러니?


"그건 왜 물어요?" 

"그냥 궁금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19: 개취적인 취미이야기 1 볼링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