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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Nov 05. 2023

21: 점수따위 안중요해, 넌 늦게 피는 꽃!

제목: phone 1~15

<초1adhd일기 2022년 9월 19일_phone1>

This is my phone.
오늘 받아쓰기 시험 7회 했다. 110점맞았다.
1주일마다 한번씩 받아쓰기 시험 한다고 했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0일_phone2>

This is not my phone.
이것은 제 핸드폰이 아니에요.
오늘 줄넘기 할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오늘도 시험봤다. 80점맞았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1일_phone3>

No, this is not my phone.
오늘 받아쓰기 연습했다. 받아쓰기 연습 7회 했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2일_phone4>

my phone and your phone
오늘 아침부터 화가 풀렸다.
화는 한참 있어야 풀리는 것이다.
오늘 아빠랑 뉴스타 볼링장 간다.
210이나 200 아기들은 150에서 180
근데 볼링장에는 신발싸이즈가 180부터 있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3일_phone5>

This is my phone. 계속 안끝나. 몇번 인지 그게 지금 중요한 가요? 그것이 지금 중요한가요? 중요한 얘기만 하세요. 안 그러면 생각하고 말을 하세요. 똑같은 말은 한번만 하세요. 왜 두번 세번 하고 계속해요. 왜 그리고 그런 딴소리야. 어 하지마.  하지말아야 될 소리잖아. 한 번 만 하세요. 계속하지 말고, 왜 아무 말이나 짖거려 지금 뭐라고 떠드는 거야? 가만히 있어 조용히 해. 지금부터 말하지마 아무말도 하지마 말할거면 밖에 나가서 해. 소리내지마. 말도하지마. 아무 것도 하지마.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4일_phone6>

This is my phone.
이건 내 핸드폰이야.
마지막주가 4번째주면 가는 거다.
마지막주가 5번째주면 안가도 된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4일_phone7>

That is not my phone.
저것은 당신의 핸드폰이 아니에요.
한시간도 안했다. 2시간10분했다. 1시간하고 1시간 10분더했다. 지난주에는 2시간했다. 1시간하고 1시간더했다. 지지난주에는 2시간50분했다. 1시간하고 1시간50분더했다. 지지지난주에는 25시간15분했다. 하루하고 1시간더했다 지지지지 난주에는 11시간했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5일_phone8>

No, this is not my bike.
아니요 이것은 제 자전거가 아니에요.
No, this is not my coat.
아니요 이것은 제 코트가 아니에요.
그렌드 제빵소 갔다왔다. 소시지빵을 먹었다. 배이컨빵도 먹었다.
나 엄마 아빠 동생 엄마는 모카번을 좋아하고 나는 배이컨빵을 골랐고 동생은 소시지빵을 골랐고 아빠는 복숭아빵을 골랐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6일_phone9>

No, this is not my phone.
10영어로 텐 20은 영어로 투엔티 30은 영어로 서티 40은 영어로 포티 50은 영어로 피프티 60은 영어로 식스티 70은 영어로 세븐티 80은 영어로 에잇티 90은 영어로 나인티 10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 110은 영어로 원헌드레드텐 12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투엔티 13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서티 14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포티 15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피프티 16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식스티 170은 영어로 워헌드래드세븐티 18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 에잇티 190은 영어로 원헌드래드나인티 200은 영어로 투헌드래드 받아쓰기 70점맞았다 근대 나머지 30점은 어떻게 남겨?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7일_phone10>

my phone and your phone
오늘은 30분늦게 가는날이다. 이제 쭉 그시간에 간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30일_phone11>

My phone is beautiful.선유도 다녀왔다.
변산반도에도 바다 있다. 변산반도는 바다가 안보인다.
선유도 해수욕장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다녀왔다. 거기 물 다 빠지면 들어가야 되겠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3일_phone12>

your phone please
그 말로 울것이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10일_phone13>

your phone pleaese
핸드폰 주세요,
제 핸드폰이랑 네 지갑
my phone and your wallet
이제 추워졌다. 내일은 2시에 끝난다. 수요일은 3시25분에 끝난다. 목요일은 2시50분에 끝난다. 금요일은 2시50분에 끝난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11일_phone14>

my phone is not big
제 핸드폰은 안 커요.
오늘은 일찍 가는 날이다. 8시15분 친구들은 25분쯤 되면 많이 온다. 버스 타고 온다. 스쿨 버스 타고 온다.
1교시는 받아쓰기 4회 13회까지 있다. 1회 끝나면 2회 3회까지 다했다. 받아쓰기 4회 100점맞았다. 지난주에 3회는 95점맞았다. 2회66점 1회95점 000000이는 100점맞을 때도 있고 50맞을때도 있고
엄마는 70점 80점 90점만 맞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점수보다 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초1adhd일기 2022년 11월 14일_phone15>

my phone and your phone 내 핸드폰이랑 네 컴푸터
my comoputer and my comoputer 내 컴퓨터랑 내 컴퓨터
No  Thismy  This coat is not big 아니요 이것은 제 코트카 아니에요.
This is my pen
이건 내 팬이야.
This is my wallet
이건 내 지갑이야.
This is my watch
이건 내 시계야.
This is my bag
이건 내 가방이야
This is my cat
이건 내 고양이야.
This is my dog
이건 내 게야.
This is my car
이건 내 차야.
This is my bike
이건 내 자전거야.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세찬 바람이 휙 하고 스쳐간다. 가뜩이나 갱년기 지나면서 머리카락이 줄어 속상한데 바람이 헝클어버렸다. 버스 올 시간도 남았고 작은 빗을 꺼내 머리를 빗을 겸 주차장 뒷편으로 돌아가 머리를 샤샤삭 빗었다. 버스정류장 뒤에 있는 화단에는 가을이 무색하게 철쭉 꽃이 피어있었다. 철지난 꽃이 여기 피어 있다는 게 신기해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아들아, 엄마에겐 점수보다는 노력이 중요하단다.
너는 늦게 피는 꽃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심의 결심을- 했단다.


지난밤에 엄마도 너한테 미안해서 새벽 5시까지 깨어 있다가 쪽잠을 잤다. 하교시간에 친구가 때렸다고 달려와서, 엄마를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폭풍울음으로 쏟아내는 너를 안아주다가도... "왜 그랬냐? 무슨 일이냐?" 옆에 있던 돌봄샘과 같이 이유를 묻고... 하는 통에 너를 데리고 집 앞 공원 벤치그네로 향했다.


같이 하교한 동생을 데리고 셋이서.... 그네를 탔다. 오렌지 주스 하나씩을 까주고 나서... 대화를 했다. 그 사이 돌봄 선생님은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반친구 모두 네가 때렸다고 하고... 음... 너는 지난주에 그 친구가 때린 분이 안 풀려 오늘에야 복수를 한 것이었다. 너의 뇌와 기질! 네 기억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이, 오늘에 네 충동적인 행동으로 나간 것이다. 나는 너를 알고 전후맥락을 알지만 이것을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애매한 일들이다.


돌봄 선생님이랑 통화하는 중간에, 유치원생 동생은 운동기구에 부딪혀서 울고, 너는 분이 안 풀려 울고 돌봄선생님에게 온 전화는 마무리 지어야 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욱이 올라왔다. 미안하다 훈육도 좋은 말로 할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네가 불리해져 절대로 먼저 때리면 안 되고 정당방위는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절대로 먼저 하면 안 돼. 그리고 친구에게 맞은 즉시로 선생님한테 일러서 선생님이 알 수 있게 해줘야 해. 매번 너만 잘못한 것 같잖아. 그 친구는 선생님 안 보는데서만 때리고... 욕하고.... 자 어서 손들어봐 "선생님 00 이가 때렸어요."라고 말하지 왜 말을 못 하냐고 푸념 비슷한 하이톤의 말들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동생은 울고 옆에서 칭얼거리고 있다.


네 마음이 풀릴 새도 없이 인정을 받을 새도 없이 보듬어 줄 새도 없이... 힘들었을 것이다. 저녁 산책 중에도 또 훈계의 말과 눈물바람이 이어지고... 도대체 네 마음이 풀리기까지 내 마음이 풀리기까지 이.... 엇나간 핀트를 어디서 맞춰야 하는가? '너는 아이이고 엄마가 어른인데 미안해.' 나도 그때 잘못으로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네가 학교 간 사이에 ADHD 독서동아리 하고,  육서도 읽고, 말씀도 필사하고 짧게라도 기도하려고 하고...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악순환의 고리인가?! 자괴감!!! 그런데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지라도 새벽에는 햇살이 비취는구나!


아들아! 네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화해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고... 미안함과 사랑함을 동시에 전하는 말을 했었다. 부족한 엄마는 사실 너를 그 무엇보다도 더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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