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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Jan 01. 2024

33: 말 느린 아이, 언어확장도 산 넘어 산

제목: 왜 시간 짧게 준건가요. & 자전거 car1 & book1 등등

<초1adhd읽기 2022년9월 13일_왜 시간 짧게 준건가요.>

그리고 하나도 안 중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10분 20분도 안 중요한 거다. 20분이든 30분이든 안 중요한거다. 10분이든 20분이든 30분이든 다 안중요한 시간이다. 시간에 쫓겨 살지 말고 그러면 나만 힘들다.

다른 날에는 다 안 그랬다. 그런날 안 그런날 다 써났다. 썰쓰데이에 그랬다. 정각에 그랬다. 투어클락 그 일이 없다. 금방 고쳐지는 게 아니다.


<초1adhd읽기 2022년9월 14일_자전거.>

This is my bike. 이건 내 자전거야
This is my coat. 이건 내 코트야
어제 거짓말 한 일은 지나갔다.
오늘 무슨 일 있었냐면, 학교에서 안 울었다.
<초1adhd일기 2022년 9월 29일_car1>

No, this is not my car.

선유도 놀러간다. 저녁에 피자 먹고 싶다. 오늘 학교 안 간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1일_book1>

Yes This is my book
응 이건 내 책이야

샘 선생님 와서 고기구워 먹었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일_wallet1>

my wallet and your wallet

아빠랑 자연 휴양림 산책 같다 왔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5일_phone wallet>

제 핸드폰에 지갑이 없어요.
my phone is not in my wallet.

오늘 학교에서 울었다
<초1adhd일기 2022년 12월 27일_dog car cat coat boat goat>

This is your dog
This is your car
This is your cat
This is your coat
coot boot goot
<초1adhd일기 2022년 9월 18일_coat1>

This is my coat.
이건 내 코트야

000000이가 내가 그랬다고 거짓말 했다.
개 엄마한테 따졌으면 어쩔려고
유치원때 그랬다. 상상도 못할 거짓말을 했다.
나도 그랬다. 둘다 그랬다. 거짓말 했다. 거짓말은 커닝이랑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커닝은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13일_coat2>

This is my coat.
오늘 볼링간다.
이제 통기타 수업 안듣는다.
점수 안중요하다.


호수는 어릴 적부터 말이 느렸습니다. 문장 발화를 한 것이 4세 초 어린이집 다니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전까지는 단어로만 이야기했다. 도무지 이 아이를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했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언어가 잘 안 늘었다. 이와 반대로 후일 세 살 터울인 둘째 아이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언어를 저절로 습득해 가는 느낌이다.


제가 가정에서 큰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쳤던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촘스키는 인간 내부에 언어를 배우는 특별한 구조가 있다는데, 큰 아이에게 그 구조는 있지만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보편문법(언어능력이 DNA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기제)은 도대체 왜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인가? 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발화는 했으니까, 그럼 언어습득론의 단계를 생각하며, 먼저 단어를 배우고, 주어동사 문장을 가르치고, 육하원칙 의문문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먼저 첫 단계는 단어 즉 명사부터 가르쳤다. 물론 유아용 단어 그림책을 나름 많이 무한 반복해서 가르쳤는데, 근데도 호수는 언어가 잘 안 늘었다. 동생은 한번 들은 단어, 문장을 그대로 다음에 응용해서 쓰곤 해서 놀랐다. 어쨌든 무한반복이 답인 듯!!! 저는 티브가 없으니 일단 미디어는 차단하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우리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사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화장실 물건 배워보자 이건 칫솔 칫솔 칫솔이야 아빠칫솔 엄마칫솔 완이 칫솔 치카치카 이 닦아 그리고 이건 비누야 비누 비누 따라 해 봐 비누 비누는 손 닦는.... " 이런 내레이션 내지는 원맨쇼 해가면서 1시간씩 영상 찍어서 자주 보여줬다. 생활에서 접하는 단어들이 쌓이면 말 배우기에 기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도 반복했다. 벽그림들(동물, 과일, 탈것 등등)을 설명하는 동영상 찍어서 보여주었다. 엄마 목소리로 녹음된 우리 집 사물에 대한 영상이라 아이가 더 관심 가졌던 것 같다. 아이가 제가 한 말을 암기하거나 패턴화 시키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래도 인지가 늘고 계속 생활 속에서도 따라 하더니 어느 순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다음 단계는 동사 가르쳤다. 사과나무 동사가 좋은 것 같다. 그림도 예뻐서 아이가 자주 찾았다. 문장이 술술도 사서 명사랑 동사 연결시켜 문장 만들어 보았다. 요건 단순한데 제가 가르치기 쉬웠고 한글 배우고 나니 뒷면 문장 혼자 읽어가며 가지고 놀았다.


참 우리 아이는 유치원 아이들과 사회성이 안 늘어요. 그래도 단체 생활 매일하니 어쩌랴?  유치원 아이들 이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아이반 신발장 이름들이 적혀 있길래, 사진 찍어서 이름 암기 시키고 매일 "누구 왔어? 누구랑 놀았어?"하며 물어봐주니 얼굴과 이름은ㅅ 매칭 시켰다. 그렇게 안 하면 아마 친구 이름 모르고 1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매일 급식식단도 물어보았다. 매일 물어보고 답도 유치원식단표 보며 대답도 가르쳤다. (뭐 먹었니? 김치랑 밥 국 고기 가지 어묵) 조금씩 답이 늘었다. 아직도 화용이 잘 안 되고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긴 문장으로 자기표현들을 한다.


그다음 단계는 문장을 가르치는 것이다. adhd 경계성 언어지연 아들이다. 제가 키웠어도 집중이 약해 언어발달 어느 부분이 결핍되었는지 모르겠어서 문장이 술술 카드를 1단계부터 시작해서 26단계까지 전단계를 가르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개씩 사서 가르치다가 결국엔 다 사서 가르쳤다. 이런 문장카드 시간만 있으면 직접 만들어서 가르쳐도 될법한데 시간도 없고 가르치기 수월했다. 종이 재질은 약했다.  이걸로 문장 가르치기는 5세 1년여 동안 소요되었다. 6세 때부터 여전히 화용은 떨어지는데 지 할 말은 다 하고 제법 어렵고 긴 문장도 말하기 시작했다.


문장이 술술은 언치수업 한회기보다 저렴하고 집에서도 뭔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아이가 잘 따라주어서 계속 가르쳤다. 주로 언어카드는 엄마가 가르치기 쉬워보여서 선택했다. 처음에는 요런 식으로 가르쳤다고 적어둔 메모이다.

(단어카드 세장이 한 문장인데 그림 하나씩 보여주며 누구야 누나가 뭐야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해? 먹어. 자 따라 해봐. 누나가 아이스크림을 먹어.)

1단계부터~26단계 한번 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복습했어요. 지금도 가끔 복습해요. 지금은 제가 질문을 더 많이 해가며 공부시켜요. 저한테 질문도 해보게 시켜가면서요.

(예를 들어 누가 아이스크림 먹어? 동생, 동생이 뭐 먹지? 아이스크림, 동생이 아이스크림 어떻게 해? 먹고 있어, ㅇㅇ아 너도 아이스크림 좋아해? 무슨 맛 아이스크림 좋아? 우리 언제 아이스크림 먹었지? 어디서 먹었지? 아이스크림 왜 좋아? 누구랑 아이스크림 먹어? 엄마가 네가 어떻게 하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약속해더라 등)

가르치는 노하우도 늘더라고요. 어느 글에서 봤는데 일반 아이는 한두 번에 습득하는데 느린 아이는 경우에 따라 대략 50번 가르쳐야 한다더라고요 반복이 답인 듯! 저는 많이 놀게 하고 매일 저녁 8시쯤 시간 정해서 하루에 딱 10분-20분 꾸준히 가르쳤어요.

지금 한글 배우고 나서는, 그림 뒷면에 한글로 되어있는데 문장 만들며 가끔 꺼내서 놀기도 해요.
세 살 동생 보통 발달하는 둘째도 이걸 좋아해서 요즘은 형아랑 같이 공부해요.


제가 가르치고 있어서 장문으로 써봤다. 술술 카드 맨 처음 보기는 좀 허접해 보였는데 활용하시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계는 일상생활 속에서 읽고 쓰고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7세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무작정 일기 노트를 사서 하루에 한 단어라도 한 문장이라도 써보게 했다. 보통 아이들은 저절로 언어를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호수는 언어를 학습으로 배웠다. 자기 의사 표현을 문장으로 하게 되었으나 확장은 긴 걸음이다. 산 너머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진짜 마지막은 사회성이다. 상황인지가 늘고 할 말, 안 할 말 때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인데 여전히 어렵다. 티키타카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니!!! 사회성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는 느낌이다. 초2가 되고 자기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호작용이 어렵다. 기승전결이 없는 혼자만의 뜬금포를 날리고 대답도 채 듣기도 전에 어디론가 날아간다. 애초부터 남의 대답에는 관심 없는 혼자 묻고 답하는 식이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모든 기술이 사회성인데 이 아이는 사회성도 지루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더디고 어렵다. 융통성, 이해도,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 본인의 감정 컨트롤 능력, 업무숙지도, 기본적인 규칙과 사회 통념에 대한 이해, 눈치. 이런 것이 단체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 사회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해법이나 노하우가 생겨서 훗날에 썰을 풀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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