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4: 동네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는 이야기

제목: 종이접기모임 & 축구모임 등등

by adhdcafe
ㅣ<초2adhd일기 2023년 1월 12일_축구모임 종이접기모임>

2;00~3;30까지 1차 축구모임
4;00~5;00까지 2차 종이접기모임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1일_종이접기 모임>

종이접기 모임은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세 번 한다. 내일 축구는 2시에 있어서 축구랑 종이접기랑 겹치지 않는다.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3일_종이접기 모임 1>

내일은 갈 수 있다. 2시부터 3시30분까지 하는 축구는 갈 수 있어요. 동생들에게 팽이접기는 가르쳐 줄 수 있다. 내모아저씨 종이 0보통보다 0.25 0.15정도 느리게 보여주면서 말이다. 동생들이 잘 모르는 부분은 0.25 0.30 0.40으로 보여면서 그레도 모르는것은 그래도 모르는것은 내가 0.15로 해주면서 접어줄것이다. 완성하면 팽이같이 돌릴것이다. 아이들이 할만한 쉬운팽이는 트로피칼술래셔랑 스피어로드랑 플루토랑 바이퍼랑 소드윙이랑 노스텔지어가 있다. 나는 6월12일부터 종이접기 시작했다. 엄청 더운날씨에 종이접기 시작했다. 엄마랑 동생은 못접어서 내가 조금 느리게 해주고 대신 접어주었다.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3일_종이접기 모임 2>

축구모임 7번 종이접기모임 6번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7일_종이접기모임 3>

화해 안 하기만 해봐요 혼날 줄 알아요. 분위기 같은 소리 하지마세요 더 혼날줄 알아요. 분석같은 소리하지마요. 엄청 크게 혼날줄 알아요 손 내리기만 해봐요 더 혼날줄 알아요. 누가 손 내리라고 했어 내가 지금 얼마나 바쁜지 알아요. 말 시키기만 해 봐요 혼 날 줄 알아요. 안돼 엄마한테 그 말이 뭐야. 5분동안 누워서 눈감고 입다물고 말하지 말고 말시키지마1 눕고 2눈감고 3입다물고 4말하지말고 5말시키지말고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8일_종이접기모임 4>

2:00~3:00 종이접기모임
<초2adhd일기 2023년 1월 20일_종이접기모임 5>

이따가 종이접기 모임 안 간 다고 했다. 오늘 민채도 안 온다. 오늘 민채 병원 간다.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0일_축구모임>

오늘은 첫 모임 날이다. 방학 때 하고 싶은 것 축구 야구 농구 베구 피구 앞으로 열심히 참여할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4일_축구모임 1>

오늘은 비가오고 땅이 젖어서 축구를 못한다. 비가 오면 하늘이 어두워진다. 비가 오면 물이 차 오른다. 나무 밑으로 피하면 안 된다. 잘못하다가 나무가 꺾껴서 다칠 수도 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번 길에 물이 차오르면 수영을 한다. 수영은 7월 8월 대야지 하지 아니야 6월말만 되도 수영 할 수 있어 2번 밖에서 비가 얼마나 오는지 본다. 3번 밖에 나가지 않고 문은 꽊 닫아논다. 정답은 3번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
<초2adhd일기 2023년 1월 17일_축구모임 2>

오늘은 축구 모임 4번째 날이다. 10축구1 12축구2 14축구3 17축구4 19축구5 26축구6 11종이접기1 12종이접기2 13종이접기3 17종이접기4 18종이접기5 20종이접기 6
<초2adhd일기 2023년 1월 20일_축구모임 3>

이따가 축구 끝나고 떡 라면 해먹는다.
<초2adhd일기 2023년 1월 26일_축구모임 4>

오늘 축구모임 마지막 날이다. 오늘 감사편지 쓰는 날이다. 떡뽁이 해 준 것이랑 우동 해 준 것이랑 떡라면 해 준 감사편지 쓰고 축구한다.
<초2adhd일기 2023년 2월 4일_목요일날 워터파크 갔다 왔다.>

워터파크 가서 4시간 동안 수영했다. 휴펜션과 정다운 펜션이있다. 정다운 펜션은 사장님 펜션이 아니다. 사장님이 정다운 펜션은 우리펜션 아니라고 휴펜션으로 가라고 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휴펜션 예약했다.


호수를 키워오면서 늘 마음 한편에 미안한 게 있다. 그의 아킬레스관 같은 영역이 사회성인데 그걸 제일 못 도와준 것이다. 아이는 싸우고 화해하면서 관계를 배운다고 하는데 말이다. 예견되는 갈등을 미리 피하는 것은, 엄마와 아빠의 성격에 기인한 것도 있다. 그것이 도심에서 살지 않고 시골로 이사 와서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싫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 싫고, 그런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저 아이의 양육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튼 보호 위주, 관리 위주의 양육 탓에 더더욱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연습의 기회조차 잃고 친구관계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일까?




아들의 올해 교육 목표는 마을에 섞이기 더 정확히 말하면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득과 실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트러블들이 있을 것이다. 엄마 입장이니까 속이 쓰릴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속 가정이라는 바운더리에서만 아이를 건사하는 것은 아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인간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날 수 있다.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기뻐하시고 나로 그 아이의 어미 됨을 배우게 하시려고 기로에 서게 하셨나 보다. 쓰라린 상처가 생기더라도 견디어보기로 한다. 얼마간 연고를 바르고 진통제를 먹고 덧나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 것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았다. 아이보다 내가 더 위태위태하다. 이 격음을 통해서, 키가 자라려면 성장통이 있어야 한다. 아이보다 내 안의 두려움에 먼저 직면하고 이겨내야겠다.


성인 아이가 내 속에 살고 있고 어려서부터 그것을 극복하는 회피 전략 또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텅 빈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했던 날들이 있다. 과대포장하곤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낡은 수법은 안 통한다. 이제는 정면승부를 하려고 한다. 내 속의 두려움과 싸워보려고 한다. 아들이 주변과 관계하도록 그를 가둬두지 말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전진해보려 한다. 때마침 선한 이웃들이 있고 그 안에서 실험정신과 모험정신을 가지고 섞여 보려 한다.




가을이 아름다워 추동이라고 이름지어진 동네이다. 이 동네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예전에 100년 넘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댐 건설 때문에 수몰된 마을과 학교가 추동 언덕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초등학교 근처에 호숫가 마을 도서관이 자리하고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이나 배움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추동 도서관에서 그녀들을 만났다.


세 엄마들이 모였다. 선영 씨, 은혜 씨, 희진 씨(가명) 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자기 이름으로 불리는 적이 많지 않다. 흔히들 민지네, 민지 엄마일 텐데, 대신 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간혹 선생님 앞에 별명이 붙었다. 도라지, 탄 감자, 다람쥐, 완두콩... 별명들이 생경스럽지만 이상하게도 친근했다.


겨울이면 난롯가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고 하소연도 있었다. 어느 특별한 날에는 부부책모임으로 모였다. 부부가 오는 예는 드물었고 부부 중 한 명만 참석하곤 했다. 각자 한 달 동안 읽었던 책들을 나누었다. 책 이야기에는 자연스레 사는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가 삽입되어 어찌어찌 삼천포로 빠지기를 몇 번 거듭하고 그다음 그다음 책 소개가 이어졌다. 김영하 소설 마니아도 있었고 정유정 작가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슨 소설이 소개되었는지 보다 얼굴을 보며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좋았다.


처음 그 모임에서 떨었던 기억이 난다. 나를 소개하는 것에는 내 분신과도 같은 나의 과몰입 대상인 아이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그게 한계이고 맹점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의 10년 어간의 삶을 규정하기란 그 아이를 빼놓고는 있을 수 없다. 초면인 이들과 떨리는 마음을 녹여줄 것만 같은 낡은, 오래된, 케케묵은 책장과 아이들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간이 사다리 위로 작은 다락과 조금 어두운 분위기는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릴 적 봤을 법한 그러나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옛이야기의 향기가 느껴진다. 난롯가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가끔 눈이 마주치고 그리고 또 웃고 그렇게 살포시 피어오르는 온기가 좋았다.


아동발달 관련 책 밖에 읽은 것이 없어 그걸 소개했다. 그러다가 보니, 인생은 adhd만이 아닌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릴 적 읽은 이야기 드디어 소설을 펼치게 되었고 그걸 소개하게 되었다. 말 주변이 없어 쥐락펴락할 스토리 전개를 다 구술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좋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떨리는 당혹감이었다. 잠자리에서도 어떤 사건에 대해 곱씹느라고 뇌의 회로가 꺼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속내를 꺼내 이야기하는 것은 좀 부끄럽고 어렵다. 엄마도 아이도 인해 자꾸 안으로 안으로 달팽이처럼 파고 들어가 오래 살았으니 햇살에 적으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




올 겨울 마을에 사회복지 실습 대학생이 두 명이 왔다. 그분들이 개인적으로 {짝꿍활동}을 신청받아서 두세 시간 아이의 일상에 참여한다. 아이가 주도하고 선생님은 참여자이다.


지금은 학교 앞 파란지붕 집의 별채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시골집 별채이니 조잡스럽고 부끄러운 살림살이라서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었다. 근데 짝꿍활동을 신청했다. 호수가 이번 겨울부터 도서관에서 하는 마을 활동들에 즐거이 참여하기를 바라서였다.


지난해에는 아이가 모임에 참여하기 싫다고 해서 기다렸다. 아빠와 볼링 가고 싶다고 해서 꾸준히 볼링장에 다녔다. 물론 나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던 터였다. 그래서 호반 이만 마을모임에 같이 했었다. 연말에 온 가족이 코로나를 2주간 격리하고 나서 아이가 도서관 겨울 활동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심 기다렸던 바이다. 그래서 아이가 낯선 얼굴보다 낯익은 얼굴들이 있으면 불안 덜 느낄까 궁리했다. "너 짝꿍활동 해볼래?" 했더니 하겠다고 지원서를 스스로 작성해서 신청하게 되었다.


아이의 지원서에는 저녁에 초대해서 루미큐브하고 부대찌개 먹고 자기가 하고 싶은 기타 등등 하고 나서 공원 산책 세 바퀴 돌고 마치겠다고 했었다. 근데 약속시간이 되기 불과 몇 분 전에 아이는 루미 큐브를 안 하고 날씨를 보여주고, 아우성 글 쓰는 것(카페 게시판)을 보여주겠단다. 아이의 활동이니 아이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라고 했다.


드디어 대학생 선생님이 문을 두드리셨다. 평소에 맛볼 수 없는 귀한 과일을 가져오셨다. 싱싱한 애플망고와 한라봉을 들고 오셨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들... 귀한 손님에게 너무 소박한 음식을 대접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호수의 일상에 관심 가져주고, 지루한 날씨 이야기에도 같이 이것저것 묻고 대답하고... 엄마는 자꾸 아이의 말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려 한다. 습관이다. 엄마는 식사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랑 셋이 아니고, 짝꿍끼리 이야기하도록 말이다. 얼마간 이야기하고 평소에 늘 하던 대로 저녁 공원 산책을 짝꿍끼리 나갔다.




방학 후 첫 월요일, 내 시간이 없었다. 호반이(동생 18년생)는 남편이 미용실 데려가서 이발을 시키러 가서 호수(15년생) 혼자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호수는 산책을 나가서 잠시 짬이 생겨서 블로그 게시글을 적을 수 있어서... 덕분에 나도 좋았다. 짝꿍활동을 통해 아이의 불안과 낯섦이 줄고... 심적으로... 안정감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도서관 겨울방학 마을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제는 기뻤고 오늘을 슬펐다. 아들의 행동에 내 기분이 널을 뛴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하면 감정 기복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초고속으로 바닥까지 직행하지는 않는다. 내 우울증도 조금씩 나아가나 보다. ‘첫 술에 배부르랴?’ 고작 도서관 모임 두 번 참석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바란다면 오만이고 욕심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섞인다면 왜 대학병원을 다니고 그토록 오랜 시간을 피눈물을 흘려야 했겠는가? 끈기가 필요하다. 천천히 꾸준히 착실히 참여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날도 오길 바란다. 초등 졸업할 때쯤이면 이 공동체에서 그럭저럭 섞여 지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물과 기름이지만 그때쯤이면 기름기가 좀 빠졌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고 나도 좋은 관계를 배워가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그런 관계가 목말랐다. 아니 항상 목말랐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에는 마음 속 저 밑바닥부터의 떨림이 있다. 그럼에도 여기 이제에서 남은 시간은 그저 울고 웃고 부대끼며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3: 어째서 촛불을 끄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