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천해양 & 수제비집 & 니가 지금 그런 말이 나올 때니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3월 18일_천해양>
천해양이 맛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2일_수제비집>
오늘 수제비랑 김치볶음밥이랑 돈까스를 먹었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3일_니가 지금 그런 말이 나올때니>
싫어 안 내둬 엄마 절대 안 돌려줄거야
딴짓 하지 말고 좀 제대로좀 해
오늘 홈플러스에서 고기샀다. 가오동 홈플러스 지상 5층 주차장 에다 세웠다. 고기가 맛있겠다.
책 내용
밥 먹을 때 화장실 가지 마라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어라 알림장 적어라 나물도 먹어라 꼭꼭 씹어 먹어라 알림장 가방에 넣어라
내일 체육하니까 체육복으로 갈아 입어라 춥다 옷 입고 자라
9시다 얼른자라 양치질은 했나? 양치질 다시해라 치실도 해라 양치질도 하고,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4일_준0이 승0이>
오늘 준0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80살때 많이 아프셨다. 준0 이 애애애애애 하고 엄청 크게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울었다. 그래서 준0이 학교에 몇 일 동안 학교 안 나온다.
승0이 가오동 홈플러스 옆에 산다.
은0랑
유0랑
수0이랑
도0랑
보0이랑
똑같이 다 가오동 홈플러스 옆에 산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5일_이상한 것은 아이에게 왜 가르치시냐?>
제발 이상한 것은 아이에게 가르치지 말고 좀 재대로 좀 해
그리고 똑같은 말 1 번 만 해 1 번 이 면 다 알아 들어 2번 3번 4번 5번 10번 20번 100번 수백번 들으면 귀아파
학교에서 아주 못 된 것만 배웠다.
그것은 분노 조절 장이다.
치면 절대로 안 된다.
아무튼 안 됀다.
책상 탁탁 치는 것 아니다.
타자살살쳐야 된다.
타자 망가진다.
살살 쳐야 된다.
아무리 똑똑해도 6살땐 초등학교 못 보낸다.
어린에들은 초등학교 안 받아준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6일_치과>
동생은 젖을 안먹어서 썩었고 나는 단백질을 안 먹어서 썩었다.
오늘 보석받았다.
매달 1째주는 어와나 안한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7일_명상정원>
오늘 명상정원 노을식당에 사람 많았다. 오늘 민믈세우수제비랑 돈까스 시켰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8일_여포 크게 화를 내다.>
노발대발은 화가나서 펄펄 뛰는 샘이다.
남편의 회사가 새 건물로 이사를 했다. 기존에 있던 커피 머신이 수명을 다해서 캡슐커피머신을 들였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캡슐을 사 오기로 했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이 여러 번 사게 된다. 남편한테 주려고 사 온 카투 디카페인 캡슐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집으로 되가져왔다.
윤기 있는 원두를 두 줌 수동 그라인더에 넣고 갈아서 스타벅스 머그잔에 그리퍼를 얹고 누런 종이 거름망을 깔고 내려 먹는 게 제맛인데... 캡슐을 칼로 오려서 그것도 디카페인이 무슨 맛이냐! 카페인이 필요해서 마시는 건데 말이다.
두 아들의 개학식 날이다. 이 아니 기쁠쏘냐? 그동안 같이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는데 말이다. 지난밤에 벼략치기 방학숙제를 한 탓에 나는 각성이 되어 잠을 못 잤다. 새벽에 아침밥용 김밥을 넉 줄 싸고 다시 새우잠을 자고 나서 큰 둥이 먼저 등교하고 막둥이 등원까지 시키고 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난장판인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학교 앞 작은 집에서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다. 자꾸만 자꾸만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잿빛 안개가 암막 커튼 사이로 비친다. 그래도 저 구름 뒤에 어디선가 해가 빛나고 있을 거야. 그 한 줄기 빛을 생각하며 다시 분발해 보자.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탈하게 하소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일단 디카페인이라도 커피를 한 모금 쭉 들이켜야겠다. 뭐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지만...
언제나처럼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겠지만 오늘만은 꿈꾼다, 개학, 설레는 시작을 앞둔 아들의 학교생활이 핑크빛으로 물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