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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엄마와 아들, 서로 분리된 존재

제목: 내가 그런 것으로 엄마한테 시비 걸었다. & 엄마 나쁘다 등등

by adhdcafe
<초2adhd일기 2023년 7월 3일_내가 그런 것으로 엄마한테 시비 걸었다.>

기다려봐는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이다.무슨 말인지 알겠어요는 무슨 말인지 이해되겠어요.랑 다른 것이 아니이다. 해봐는 하는 것은 하는 것이고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이다. 읽어봐는 읽는 것은 읽는 것이고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이다.
그런 것은 시비 걸을 일이 아니이다.
엄마 창피하다
사람 많은 곳에서
<초2adhd일기 2023년 8월 15일_엄마 나쁘다.>

나 한 번 만 봐주세요
니가 울으라고 시켰어
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더 할 거야 하고 고집 피우면 다음부터 이제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시간에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한것이다.
시간 조금 늦는것은
사람들한테 강요할 필요 없다.
강요가 나쁜 것이니까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10일_내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춰주세요.>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어른들한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27일_엄마늦은날>

오늘 엄마가 늦었다.내가 알려주면 늦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걸 가끔 사람이 까먹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네가 있지 않도록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을 기억할 수 있다.
과거 일은 잘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그건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렇기도 하다.기억이 잘 나면 기억력이 좋은 것이다.기억이 안 나면 그걸 다시 떠올리면 된다.태권도원 D동 2층에서 잘 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4일_이야기가 서로 통하지 않은 날>

진심이라는것이 중요한 것이다.
말 못하는것은 불쌍한 것이다.
상대는 화가 났는데 웃으면 안된다.
화가 날때는 언제인지 알아야 된다.
슬플때도 언제인지 알아야 된다.
아무 때나 웃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다.언제 답답하나면 나는 게임이 하고 싶은데 엄마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엄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의자로 손톱만 물어뜯을 때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30일_엄마를 떼어놓고>

나는 엄마 혼자 밖에 떼어놓고 갈 순 없다.
그러면 엄마 혼자 남게 되서 외롭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엄마는 무섭다.
같이 가족으로 여기면서 살 것이다.
엄마 죽으면 나는 지금처럼 살 면 된다.
엄마 아빠 죽으면 내가 혼자 책임지고 알아서 살아야 한다.
팔각형의 여덟변의각 1080도
육각형의 여섯변의각 720도
<초2adhd일기 2023년 5월 21일_엄마 다쓰고 엄마 미워>

엄마 죽이는 것은 안 되겠다.

하루종일 컴퓨터 하는 것도 아니이다.
안아줄 생각을 해야지 그냥
안아줄 뭐할 타임이냐 딴 거할 타임이냐 지금이
상황을 보고 행동해라
뭘 하는지 안 하는지
지금이 무슨 타임해라
지금이 이거 할 땐지 저거 할 땐지 상황 보고 행동해라
격동이 중요해 뭐가 중요해 때릴꺼애가 중요해 90이중요해 99가 중요해 뭐가 중요해
준0이가 나쁜에다. 그 에가 한 두번으로 고쳐지는 애가 아니이다.어릴 때 그게 고쳐져야 어른 때 그게 고쳐진다.
이제 그만 말 시켜라
욕 해도 될 까요.
욕은 화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해라 귀청죽겠다
초2adhd일기 2023년 5월 23일_오늘의 급훈 미루지 마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네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추부에서 외운 것이다.
그래서 초록색보석도받았다. 또 앞에도 나갔다. 기분이 99프로 만큼 좋았다.

삼십대가 끝나가는 시점에 결혼을 하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어서 3년 터울의 막둥이가 세상에 나왔다. 40초 중반까지는 육아가 새로운 기쁨도 주었다. 그런데 40대 말이 되어가는 현재는 육아가 지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더니 50이 코 앞인 어느날 완경을 맞이했다. 피부가 탄력을 잃고 저녁때가 되면 말할 수 없이 피곤한데 이상하게 불면증이 더해졌다. 감정의 기복이 생겨 저녁마다 큰 둥이에게 버럭 하게 된다.


아이는 10살이 넘으면서 점점 더 말을 안 듣는다. adhd와 사춘기 호르몬이 빚어내는 이상한 행동은 주변인들을 지치게 만든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동생에게 형노릇을 하기는커녕 괴롭히지나 말아야 할 텐데...


큰 아이가 아침에 메디키넷 20을 먹고 오전시간에 잠잠하다가 약기운이 풀리는 저녁 시간에 맞춰서, 엄마의 기력도 소진되어 버린다. 거기에서 트리거가 되는 무개념적 행동이 트리거가 되면 열을 받고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아이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서 쏟아버린다. 아~~~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할까?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리고는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진다.


폭풍의 눈 한가운데 있다. 내 떨리는 까만 동공의 움직을 따라서 불안한 생각이 폭풍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축소시키기도 한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현재는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늦은 결혼이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일 많이 하고 살았으니, 이 연약하고 소중한 내 아이라는 세상을 만나고 이끌어주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아이와 내가 분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매진했던 육아는 나에게 쓰디쓴 마라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는 느렸다. 언어도, 소근육도, 인지도, 모든 받아들임이 느린 아이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료를 모으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동아 서서히 지치고 나이 들어갔다. 아무도 강요한 것은 입니다. 투명한 끈이 올무 속에 가둬버렸다. 한편 스스로도 그 족쇄에 양손에 채워지기까지 순응했다. 하지만 엄마 됨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이 이 육아에 매달리게 했다. 내 우주 안에 들어온 저 영혼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 오로지 내게 맡겨진 숙명과도 같았다.


이제 한 존재와 내 존재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의 영육은 오뚝이처럼 자력을 일어서는 연습 해야 한다. 엄마도 또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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