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연한 검색에서 알게 되었다 텀블벅 출간이벤트 올라왔던 책이다
음... (젊은 adhd의 슬픔) 작가처럼 인기를 얻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생활밀착형 극복기와 진지한 자세의 내적 탐구가 매력적이다 치열한 삶과 고민의 흔적이라서 더 빛을 발한다. 그녀의 글쓰기와 삶을 응원한다
여기 박진영 씨는 성인이 되어 굴곡진 인생으로 걸어온 후에 병원에 갔다. 그 치열한 전투의 상처를 지닌 채 거기서부터 치료와 교정을 시작한다.
p.9 "이상했다. 내겐 아무 문제도 없는데 내 인생은 온통 문제 투성이었다.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했지만, 아무것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괜찮았다. 젊었고 기회와 시간이 넘쳐났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기대하고 꿈꿀 수 있는 것은 점점 작아졌다. 끈기 없고 의지가 약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도 내게 끈기나 의지를 키울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내 모든 시도는 끈기와 의지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실패라도 하고 싶었다. 중도 포기는 실패조차 될 수 없었다. 그게 뭐든 끝까지 하고 싶었다."
p.10 "성인 ADHD가 있다는 걸 책에서 처음 봤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문제일 뿐이고 오롯이 나만의 문제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쓰여 있었다. 성격의 문제고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던 게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일 수 있다는 걸 인생의 한 시기를 마무리할 때 알았다. 아직 치료 중인 내 이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다면 오늘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더 컸기에 부족하지만 마음을 다해 썼다. 내 경험이 누군가 도움이 되길"
p.19-20 "어떻게 해야 나를 책상 앞에 앉힐 수 있을까? 책상을 바꾸고 의자를 바꾸고 스탠드를 바꾸고 서랍장 위치를 바꾸고 책꽂이를 오른쪽에 놓았다가 다시 왼쪽에 놓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상을 빨래 바구니로 쓰는 걸 도통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책상의 디자인이나 재질, 높이 혹은 위치나 의자와의 궁합이 아니었다. 문제는 나였다... ADHD를 모를 때였지만 책상을 어떻게 해보려고 한건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다른 조건을 바꿔보려는 시도였다... ADHD 치료를 하면서 책상은 제자리를 찾았다. 방 정리도 수월해졌고 상태 유지 기간도 점점 늘어났다.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 그저 도파민이 조금 부족했던 것뿐이었다."
p. 22 "배는 알 수 없다 목적지 없이 돛도 펴지 않고 떠나는 것 항해가 아닐 표류일 뿐이다. 닻을 끊고 떠난다는 건 자유롭게 항해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영원히 바다 위를 떠돌겠다는 것이다. 20대를 다 흘려보낸 후에야 그게 자유를 향한 갈망이 아니라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도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닻은 나였다. 나는 나를 벗어나려는 의미 없는 시도를 반복했을 뿐이었다."
이 책의 저자 진영은 치열하게 살았다. 인테리어 회사, 잠실 인테리어 회사, 잡지사, 양재 인테리어 회사, 일본 유학 시절, 조경회사, 무가지 신문사 그녀는... 자신이 거쳐갔던 회사들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월급쟁이 생활 안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줄곧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완벽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매사에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기를 쓸 때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렸다. 한 장이라도 찢어지면 공책이나 일기장을 통으로 버리고 새로 샀다. 그래서 지금은 60% 정도면 된다는 마음으로 내팽개치고 싶은 걸 참는다고 한다. 그녀는 사회생활을 위해서 타인에게 맞추며 살려고 애썼다. "그러나 나는 이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드디어 사회화되었다고 믿었다. 나를 죽이고 나를 외면하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는 것." 그녀는 깨닫는다. "내 삶조차 어딘가에 내려놓을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의 삶에 존재할 수 있을까?"
p. 49 "내 무의식은 기어이 세상 끝까지 떠밀어 현신을 마주하게 했다. 끝까지 쓸 수 없다는 현실... 쓰는 시도까지 포기했다는 건 사실상 어떤 것도 욕망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게 되었다는 것과 같았다."
p. 51 "처음 실수는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는 우스갯소리로 무마한다. 서너 번 반복되면 성의 없고 의욕 없는 사람이 된다. 그게 아닌데. 의지도 있고 열정도 있고 욕심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조금씩 무너져 내려서 책상 앞에 앉는 것, 혹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조차 사치가 된다.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나를 좋아할 방법이 있을까? 하지 않는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끔찍해서 사진도 찍을 수 없고 거울도 볼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나를 향한 증오가 부당하단 걸 알았다."
p. 52 "너무 오랜 시간 나를 미워했다. 내가 바꾸고 싶었던 건 나 자체였다. 그걸 소리 내 말할 순 없었는데 이미 충분히 끔찍한 나를 어떤 식으로든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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