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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May 09. 2023

05: 그래, 우리 같이 철새처럼 떠나자!

제목: 철새가 되어서 여행하고 싶다

<초1adhd일기 2022년 5월 17일_ 철새가 되어서 여행하고 싶다>

나중에 돈370000원 모아서 컴퓨터로 예약해서 포항이랑 울산광역시 8월5일날 갈거다 거기에서 4밤 잘거니까 2밤씩 나눠서 자면 된다.
혼자 가면 길도 잊어 먹고 그러면 나쁜 아저씨가 와도 아무도 안도와 준다. 그래서 다 같이 갈거다. 그러니까 8월8일까지 잘 것이다.

아들이 등교 하고 난 뒤 아들의 글을 읽으면 여러 생각이듭니다. 내용보다 일기 제목이 멋드러지고 아이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철새가 되어 여행을 하고 싶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트러블이 끊이지 않고 힘든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글을 보다가 문득 모두 다 잊고 위로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 여행 가자! 이사 오고 입학하고 고생했네. 새로운 환경이라 더 힘들었을 거야 그동안 고생했다. 우리 함께 떠나자!"


일부러 경치를 구경하려고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했습니다. 첫날 점심으로 장미 칼국수 먹었는데 맛은 보통이고 맛보다도 좋았던 건, 주민센터 근처라 주차가 용이했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랜드 산책길에 그날따라 유난히 달이 선명하고 그림같습니다. 금요일날 1박만 하고 주일예배드리러 올라와야 합니다. 이번 여행이 그다지 특별히 한 것은 없었습니다. 남편이 오전동안 노트북으로 회사일을 마무리하는 동안,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선유도 해수욕장을 산책했습니다. 갈매기 쫓기 놀이, 찰방찰방 파도놀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뭐 행복이 별 건가!

그런데 귀가 길 내내 징징거리는 큰아이를 봅니다. '저 아이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아무리 adhd 투약을 해도 즐겁자고 시작해도 서로 짜증이 나버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그래도 아빠가 미스터 피자를 테이크 아웃해 줍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피자로 점심 한 끼 때우기로 합니다. 비로소 아이의 찡그린 얼굴이 피자 한판으로 펴집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단짠단짠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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