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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May 09. 2023

06: 000과목선생님 vs 000과목선생님

제목: 내가 좋아하는 과목 & 통기타 수업

<초1adhd일기 2022년 5월 19일_내가 좋아하는 과목>

컴퓨터12학년수업     
피아노34학년수업     
놀이체육56학년수업     
내동셍은 로봇트 조립을 좋아하고      
엄마는 책을 좋아하고 아빠는 뭘좋아할까?     
이따가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지.   
       
<초1adhd일기 2022년 5월 19일_통기타 수업>

오늘은 통기타 수업듣는다      
다른 수업은 안듣는 날이다     
통기타 12학년만 듣는다     
우크렐라랑 바이올린이랑 비슷하다     
오늘 국악도 한다 국악 선생님은 젤 좋다     
왜냐하면 선배들이 때리지 않으니까     
얘들이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는 안 그러지만     
내가 싫어하는 시간에는 때린다고 그런다

호수는 돌봄선생님을 학교에 있는 엄마라고 부르며 따른다. 하교시간에 돌봄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요양병원에 있는 모친 건강이 안좋다는 전화를 받고 속상해서 앉아있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수만 슬며시 다가와서 선생님 슬프냐고 말하며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수한테 위로받고 울컥했다고요. 어른이 아이에게 위로받던 그 느낌 나도 안다. 예전에 지친 한주의 끝 주일학교의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곤했다. 그랬구나! 선생님의 마음을 읽어주었구나 남의 기분도 알아주다니... 하교길에 호수를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나도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봤으니 이 글을 통해 누구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과잉행동, 반항기질은 내가 알고 있다. 오늘 방과 후 우크렐라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방해되는 행동을 해서 수업에서 내보내겠다고. 어차피 다음 달부터 우크렐라를 그만 수강할 생각이었다고, 두 번 남은 수업에서 아이를 지도해 주시면 어떤가 하고 부탁해 보았다. 그런데 학습부장 선생님과 의논하고 당장 수업에서 빼겠다고 한다.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문제아는.... 나가는 것이 이치상 맞다. 어쩌겠는가? 우크렐라나 가야금 배워서 뭐 연주가가 될 것도 아니었으니까 빠져도 큰 문제는 없다. 두 번 남은 수업도 학교에서 지원되는 수업료라 문제없으니 오늘부터 작별이다. 다음부터 왜 우크렐라 수업에 들어갈 수 없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내 몫이다.


반면에 가야금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라고 소문을 듣긴했다. 통화를 해보니 참 인격적이다. 가야금 줄이 기타를 배울 때처럼 손끝이 아프다고 아이가 그만두었었다. 그런데 방학 때 가야금 선생님께 전화가 왔었다. 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아이를 위해 숫자로 악보를 만들어서 꼭 수강하도록 말씀해 주신다.  근데 우크렐라 선생님은 자신의 수업에 문제를 일으키니까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그만두도록 유도하신다. 가야금 선생님께는 고맙고 죄송하다. 학기 중에는 우리 아이가 스케줄이 안된다. 그래서 방학 때만이라도 꼭 수업 들으라고 말씀하신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아마도 삶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선생님이 우크렐라 샘 같을 것이다. 아들은 가야금 선생님 같은 분들도 만나왔다. 그러니까 좌절하지 말자. 만남의 축복을 주소서. 모든 경험 속에서도 아이의 캔버스가 형성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도한다. 조금 우울한 오늘 타인에 의해 엄마의 감정이 부정적으로 지배당하지 말자고 이 글을 기록해 본다.


항상 미안하다는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님께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저를 키우려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만의 캔버스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잘 나가는 분이 아니셨기에 역설적으로 제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형편이 좋은 집에서 살면 그 형편대로 감사하며 살면 됩니다. 그렇지 못한 환경이면 그 안에서 살 방향을 스스로 찾아 나서면 됩니다.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김창옥- p.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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