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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Jun 03. 2023

08: 동네 아이들 속에 섞여볼까? 망설임

제목: 유치원 책모임 가고 싶어요

<초1adhd일기 2022년 6월_유치원 책모임 가고 싶어요>

유치원책모임 6월2,9,16,23,30일까지만 데리고 가주세요
내가 조심하며는 습관이 되고 내가 조심 안하며는 습관이 안되고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말을 조금씩 줄이면 된다
5번에서 4번으로 줄이고 4번에서 3번으로 줄이고 3번에서 2번으로 줄이면 된다
원래는 1번만 말하는건데 1번만 말하는게 어렵다
2번만 같은말해도 괜찮은데 막 4절 5절 6절까지 간다
유치원모임에는 그거 학교에서 3학년들 책읽는 거랑 똑같다
동생들한테 멎진 형아가 될 것이다 나보다 더 어리니까

유치원 하교 후에 호숫가 산책을 했다. 동생 호반이는 유일한 유치원 막내이다.
(매년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입학생이 없는 날도 올텐데...ㅠㅠ)
 
참나무가 만들어 놓은 실크로드를 지나 새털처럼 가볍게 일렁이는 갈대밭을 지나 큰 나뭇가지 주워 낙엽을 모으고 서로 앞지르기하려고 내달리다가 미끄러져도 까르르 웃음소리에 멋쩍어 금방 일어난다. 낙엽 밟는 소리가 사그락사그락 이리도 좋았던가!

(이 나뭇잎이)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어.
다섯 살 꼬맹이가 영원의 뜻을 알기나 할까?


 나뭇가지 주워 고기 잡다 호수에 빠져버린 허술한 꼬맹이 어부들 ㅎㅎ
물에 젖어버린 찬 발도 녹여버리는 웃음꽃들 ㅎㅎ

호숫가 비밀코스에 도착해서 코코아를 타먹었다. 마음까지 탁 트이는 비밀 전망대에서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코코아 한 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 잔에 흐뭇함이라는 에이스 조각을 곁들여 먹었다.


금새 어둑어둑해진다. 노을 보며 호숫가를 지나 돌아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니 시가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 배터리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이 오프하고도 눈으로 마음의 셔터를 계속 누른다. 찰칵찰칵!!!


노을 비끼는 호숫가를 따라 삼삼오오 줄지어 돌아오는 어두컴컴한 저녁시간에는 밥을 안먹어도 배부르다. 이렇게 신나는 놀이 흐뭇한 마음 한구석이 쓸쓸. 마음의 붓을 꺼내서, 석양에 물든 호숫가 풍경화 속에 어울려 한껏 웃는 형의 모습을 살짝 그려넣어 본다.


조용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같이 놀게 했을 때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속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목소리 크고 말이 많은 adhd 형아는 심지어 '장애인이냐!" 소리 들은 적도 있다. 그날 이후로 형은 아빠랑 볼링장에 가고 동생만 엄마랑 아이들 모임에 간다.


 소원대로 다시 섞여 놀면 "동생들한테 멎진 형아"되고 싶은 고운 마음이  가시에 찔릴 게 뻔하지만, 그래도 가볼래?


<초등ADHD일기-키즈아우성 매거진소개>

부제: 초등 아들과 중년 엄마의 콜라보 매거진


ADHD 증상이 있는 초등 아들이 독수리타법으로 타자가 500타이상 나오네요.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딱히 일기라기는 뭐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는 내용을 보게 했는데, 어느새 300여개의 글이 모였습니다.


혼자 보기 아깝고 쓸쓸해서, 아들의 일기를 보면서 느끼는 엄마의 생각을 덧붙여서 매거진으로 펴냅니다.


#사실은 일기라기엔 좀 그렇고 아들이 직접 adhdbook 다음 카페의 (키즈 아우성) 코너에 매일 쓰는 게시글이에요~ 일자별 기록이라 매거진에 "일기"라고 제목을 붙였어요- https://cafe.daum.net/adh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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