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을 높여준 수학 과외 선생님
작업기억력이 낮고 실행기능이 약한 약한 우리 아이는
학원을 다니기 힘들어했습니다.
수업시간엔 비교적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숙제를 극도로 하기 싫어했습니다.(실행기능 영역)
암기가 어렵고, 기존에 알던 내용과 새로 배운 내용의 연결이 잘 되지 않는데(작업기억 영역)
숙제를 안 해 복습이 되지 않고
주의력이 낮아 문제를 풀 때 실수가 잦으니
학원에서 보는 퀴즈 점수(성취도)가 낮았습니다.
학원에서는 숙제를 해오지 않으며, 퀴즈 점수가 낮다는 피드백이 계속 오지만
집에서는 하지 않는 상황.
아이도 스트레스, 저도 스트레스였어요.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있을 때
특별한 과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셨던 **교대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었는데요,
아이가 초2 겨울방학 때 처음 뵈었습니다.
처음엔 1시간 동안 숙제를 봐주셨는데
몇 달 만나다 보니 선생님의 성실함에 믿음이 갔습니다.
아이가 초3 2학기가 되면서 1.5시간씩 수학 과외를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과의 수업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은 초3 겨울방학부터, 약 1년간
충동적으로 자주 수업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고민고민하다 선생님께 아이의 진단 사실을 알렸습니다.
아이가 선생님의 수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진단을 받았으며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요.
선생님은 20대 초반 대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감해 주시고 저를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아이가 수업을 싫어하는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하니 일단 그 점은 안심이라면서
본인이 더 알아보고 신경 쓰겠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어떤 날은 만들기를 미처 끝내지 못했다며 기분이 나빠져 수업을 거부했고,
어느 날은 소파에 붙어서 일어나지 않았으며,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수업하기 싫어 옥상에 올라가 있기도 했죠.
그때 선생님의 대처는 놀라웠고
제가 선생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5분 또는 10분의 시간을 주고 일단 책상 앞에서 기다리셨고
그때까지 아이가 오지 않으면 아이와 거리를 두고 앉은 뒤
아이에게 어떤 사정인지 물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감정을 섞지 않은 채
아이에게 현재 해야 할 것 그러니까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 해야 하냐며 자꾸 이유를 물어보는 아이에게 말려들지도 않았습니다.
하기 싫은 건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업은 네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선생님의 지시는 간단명료했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게요.
당시 제겐 ‘감정을 섞지 않는다’라는 게 놀라웠고
젊은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 그걸 해내는 게 신기했습니다.
울며 징징거리고, 고집부리던 아이는 선생님의 기다림 끝에
소파에서 스스로 일어나고,
이불속에서 나와 책상 앞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책상 앞에 가서 앉은 아이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아이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선생님을 믿고 따르게 됐습니다.
선생님이 자신을 응원하는 분이라는 것을 몸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과외 선생님이 아이를 훈육까지 해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실 과외 수업과 비교해 아이를 훈육하는 건 몇 배나 더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더 힘이 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힘써주었습니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이는 수학 수업보다 더 귀중한 것을 선생님께 배워나갔습니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충동성이 올라와도 해야 할 수업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계획을 지키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아이는 5학년 여름방학까지 선생님께 수학을 배웠습니다.
임용고시를 앞둔 4학년 여름방학 선생님과의 마지막 과외 수업 직후 아이는 아쉬움에 엉엉 울었습니다.
그동안 아이와 힘든 터널을 지나오며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저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카드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동안 제가 선생님께 많이 의지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터널을 걸어오며 때마다 선생님께서 주신 도움 덕분에 덜 지쳤고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 주신 카드에 이런 말씀을 써주셨더라고요.
“그동안 선생님에게 혹여나 미안한 마음 갖고 있다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은 너를 가르치면서 교사가 되기로 한 선생님의 꿈이 더 깊어졌다고 느껴.
처음에는 **가 선생님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교사라는 꿈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는데
너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교사가 왜 되고 싶었던 건지 더 명확히 알게 되었고 선생님도 더 성숙해진 것 같아. “
아이는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 선생님을 고생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후회했고 자책했었습니다.
5학년이 되어 선생님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던 그날의 아이는
선생님과 실랑이하던 과거와 비교해 부쩍 커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주신 샤프 선물을 책상 서랍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중요한 날에 중요한 글씨를 쓸 때만 꺼내 쓰고 다시 가지런히 넣어두는 모습에
선생님을 향한 아이의 사랑도 느꼈습니다.
선생님
저희 아이는 선생님의 사랑 속에 이만큼 성장해 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