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도움주기 vs 아이의 자존감 지켜주기
지난 글에서 ADHD 아이를 위한 504 조치를 위해 학교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글을 올렸었어요.
504는 ADHD를 가진 아이가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학생 맞춤형 지원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류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학교의 지원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싫다고 해요.
지원의 주인공인 아이가 반대하니,
현재로서는 멈추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아이의 반응을 보고 제가 든 생각은.
이곳 나이로 만12세.
'청소년기에 접어든 우리 아이의 자존심이 건드려졌구나'였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기록합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ADHD를 가진 학생이 학교생활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가 있대 혹시 그런 지원을 받아보면 어떨까? “
“그럼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모두 내가 ADHD 가진 걸 아는 거야? “
“응. 선생님들은 알게 되지만 절대 그 사실을 친구들 앞에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럼 *** 선생님도 아는 거야? “
(*** 선생님은, 아이를 유독 많이 지적하고 혼내는 괴팍한 선생님입니다)
“응. 그 선생님도 알게 되시지. 그런데 사실 저번에 *** 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렸어. “
“(화를 내며) 왜??? 그게 10월이야? 어쩐지 *** 선생님이 매번 지적하다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더라니. 왜 그랬어 왜!?”
“그 선생님이 과도하게 지적해서 중간에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해야 했어.”
“나는 학교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할 수 있어. 엄마가 자꾸 나서지 마”
“너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아서 미안해.”
“응 *** 선생님이 아는 것도 싫고 내가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이 아는 것도 싫어. 그럼 나를 이제와는 다르게 볼 거 아니야.”
“엄마는 너를 돕고 싶다는 생각 그거 하나만 했는데. 네가 이렇게 싫어할지 몰랐어.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네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 엄마도 알아. 너의 노력 덕분에 너가 많이 성장한 것도 알고 있고 기특하게 생각해.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가 학교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과제 시간도 연장해 주고 네가 까먹을 때 선생님들이 여러 번 다시 상기시켜 주면서 너를 도와주시는 거라고 해서 학교에 말을 한 거였어. “
“싫어 엄마 내가 알아서 열심히 학교 생활 하고 있으니까 더 이상 하지 말아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적 받지 않으려
애쓰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너무나 애를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학교에 ADHD라는 걸 알리지 않고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던 게
아이로 하여금 ADHD는 숨길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건 아닌지
제 과거 결정에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가 반대하더라도 어려움을 도와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의 자존감과 자존심을 지켜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이 모든 support가 아이를 돕기 위해서인데
아이가 원치 않는 도움을 주는 건 바른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아이를 믿고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인 만큼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지켜주는 것 또한 부모인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단점이 있다고
단점이 밖에 드러나더라도 너의 가치는 그대로라고
ADHD 증상이 있지만, 너가 ADHD인 것은 아니라고
빛나는 너라는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