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시계를 돌려 초등학교(저는 국민학교)로 돌아가봅니다.
학교 수업 중에나 주변 어른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너의 꿈은 무엇이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꿈이 없어도 뭔가 하나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죠.
어린아이에게 꿈을 물어보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꿈으로 이야기합니다.
아직 현실을 느껴보지 못해서일까요?
마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꿈이 될 수 있는 나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며 현실에 맞춰 나의 꿈이 변신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먹고살기 위한 꿈으로 변하기도 하고,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내가 좋아함으로 말할 수 있었던 그 꿈을 오늘 다시 꺼내봅니다.
저의 어릴 때 꿈은 화가였습니다.
왜 화가가 꿈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벽에도 그리고, 종이에도 그리고, 매일 그렸던 것 같습니다.
미술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실력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아서 그린 거니까 정말 창의적으로 그렸겠죠?
저를 향한 엄마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안정적이고 제가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지만, 저는 같은 내용을 또 가르치는 게 재미없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런데 결국 저는 지금 강사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의 꿈도 일부 이루어 드린 거겠죠?
미대까지 가고 싶었으나 저에게는 그런 재능도 재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 화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포기했습니다.
대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전공하고도 저는 화가까지는 아니어도 그와 비슷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디자이너로 23년 살아오면서도 제 마음에는 아직도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미술 전공해야만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니, 혼자 그림을 그려보자 마음먹고 2개의 추상화 그림을 그렸습니다.
디자이너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시각적인 부분을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직입니다.
화가는 내 생각과 영감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입니다.
디자이너로 살다 보니 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계가 더욱 화가가 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을 할 것도 아니니, 내 마음대로 그리는 그림을 그려서 스트레스를 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그렇게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나만의 세계가 있는 추상화 작품을 전시하는 날이 오겠죠?
그럼 이제 저의 꿈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직업이 아니라 비전이 꿈이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가 저의 꿈의 기준이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을 살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디자이너(설계자)가 되고 싶습니다.
여기서의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라기보다 디자이너 원래의 의미인 설계자에 더 가깝습니다.
지금 함께하는 NFb(대체 불가능한 작은 브랜드) 커뮤니티에서 함께하는 분들이 자신의 숨겨진 보석(매력)을 찾고 내가 브랜드가 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을 돕고 싶습니다.
그것을 하는 데 있어서 디자인은 도구일 뿐이고, 강의와 코치도 하나의 역할일 뿐입니다.
궁극적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더 멋진 삶을 살아서 표정이 변하고 마음이 살아나는 것을 본다면 너무 기쁘고 좋을 것 같습니다.
보백프로젝트 챌린지를 마치고 1대 1 코칭을 하면서 몇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았습니다.
코칭을 받기 전 걱정과 고민으로 무표정했던 얼굴이 코칭을 받고 목표도 생기고 마음에 있던 상처에 위로를 얻어 밝은 표정으로 바뀐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의 꿈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어릴 때 순수한 마음으로 삼았던 그 꿈
현실을 살아가면서 품게 된 이 꿈
이 두 꿈은 분명 그 모습도 방향도 다릅니다.
어린 나의 꿈 화가, 지금 나의 꿈 브랜딩 디자이너
두 꿈 모두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화가는 내 마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붓을 통해 아름답게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브랜딩 디자이너는 누군가의 매력을 아름답게 브랜드로 표현되게 하는 것입니다.
또 둘 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기입니다.
제가 화가로 그리고 싶은 그림도 제 마음과 생각에 있는 그대로 그냥 표현하고 싶은 것이고,
브랜딩 디자이너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여 브랜드로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입니다.
두 꿈 모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담겨있네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표현이 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 저의 그런 생각이 그대로 표현되는 꿈인 것 같습니다.
화가로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저에게 집중이 되어 저의 생각을 표현한다면,
브랜딩 디자이너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집중해서 함께 매력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 꿈인 화가도 지금의 꿈으로 다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화가라 할지라도, 나 스스로에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화가라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더 많이 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쌓은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도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돕는 브랜딩 디자이너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