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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Feb 10. 2019

엄마라서 외로운 날

20190210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한 장면으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한서진(염정아 분)의 절규 장면을 꼽고 싶다.

작정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혜나가 남편이 첫사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임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딸 예서의 폭언을 참고 견딘다. 혜나를 죽인 사람이 예서의 입시 코디인 김주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빼돌린 시험지로 받은 성적 때문에 누구에게 말을 하지도 코디를 해고하지도 못한다. 딸의 친구인 우주의 무죄를 알면서도 이 또한 예서의 입시를 망칠까 봐 기꺼이 함구하며 그로 인한 고통과 비난을 감수한다. 딸의 입시 준비에 어떠한 이해도 도움도 주지 않는 무심한 남편인데도 혼외자인 혜나에 대해 속 시원하게 퍼붓거나 비난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한서진에게 열등감을 부추기는 시어머니의 멸시에도 딸의 서울의대 합격, 그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면서 흔들림 없이 매진한다.

폭력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위의 충격들이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도 한서진은 나도 힘들다고! 나도 위로받고 싶다고 외치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소리 없이 절규할 뿐... 
얼굴 근육이 뒤틀리고 핏줄이 다 일어서는 듯 보이지만 소리를 삼키고, 울분을 참는다. 보는 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왜? 수험생인 딸 예서가 자고 있으므로. 자식의 공부에 자신이 도움은커녕 방해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감정도 기분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자신을 삭이고 녹이고 감추었다.

무서웠다. 엄마라는 존재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환경,  공기청정기나 좋은 의자 같은 무생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절망했다. 나 정도의 평범한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저런 상황에서도 소리 한번 편히 지르지 못 하디니, 위로는 커녕 편히 울지도 못하다니, 게다가 밤새 혼자만의 전쟁을 치른 상태에서 눈뜨자마자 다시 수험생 딸의 갑질을 감내해야 하다니... 

드라마의 상황이 특수하고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나는 한서진의 모습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모든 엄마들의 모습을 본다. 엄마가 되고 나서 수없이 겪었을 크고 작은 절규들을 그 안에서 발견한다. 그 강도와 횟수만 다를 뿐 불쑥불쑥 찾아오는 엄마 혼자만의 외로운 순간들... 오늘 겪었다고 며칠은 평온할 거라는 예측도 할 수 없고, 아침에 겪었다고 저녁이 평안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때그때마다 헤쳐나가거나 더러는 주저앉을 뿐...

     

한서진의 '소리 없는 절규'를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 

세계에는 5대 성인이 있는데, 그 5인은 예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그리고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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