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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Feb 21. 2019

눈을 보지 못한 날

20190221 

“메시 친구, 몰라?"

“메시 친구? 메시도 겨우 아는데 메시 친구ㅋㅋ?”

“그럼 내가 왜 좋은지 엄만 잘 모를 거 아냐…”

“알려줘 봐. 공부할게~” 

아이는 이니에스타, David Villa, Podolski , 세 선수의 이름을 신문의 빈 구석란에 또박또박 써 준 다음, 이니에스타의 경기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메시 친구의 경기와 다른 축구 경기의 차이를 잘 느낄 수가 없지만^^ 아이의 진지한 해설을 들으며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노력한다.

귀국 후엔 제이리그 얘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을 수도 있으므로, 내일 아이가 볼 개막전 기사도 꼼꼼하게 읽어 둘 것이다.^^ 아이가 적어준 선수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근데, 가기 전에 엄마한테 얼굴은 한번 보여주고 가야지. 계속 땅만 보기냐?”

어젯밤까지 들떠 보이던 아이가 아침 내내 조용하다. 집에서 공항터미널까지 오는 15분 동안, 티켓팅을 하고, 출국심사를 하고,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30여분 동안 아이는 거의 말이 없었다. 별로 무겁지도 크지도 않은 기내 캐리어를 끄는 것도, 여권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손놀림도 긴장한 듯 편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집에서 하던 것처럼 손가락 두세 개를 구부려서 아이의 볼을 살짝 문질러 주었다.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리무진 버스를 타는 곳으로 빠져나가면서도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손만 잠깐 들어 보이고는 말없이 퇴장!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갈 때까지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와락 슬픈 것도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닌, 가슴 한구석이 서서히 먹먹해지는 느낌... 낯선 감정을 느끼고, 다가온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모습에서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성장해 있는 아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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