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5
"축구는 역시 형이랑 보는 게 재밌는 것 같아."
축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잘 들어주는 엄마, 축구는 알지만 투박한 리액션의 아빠, 자신과 수준이 비슷비슷한 또래 친구...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인물이 아이에게 등장했다.
축구를 좋아하고 잘 아는 데다 또래의 언어까지 구사하며, 친구보다 성숙하고 아빠보다 활력이 넘치는 존재, 이종사촌 형!
"1일 날 개막식 형이랑 보러 가기로 했어. 표는 내가 직접 예약할 거야. 전주 가는 교통편은 형이 알아보기로 했어."
아주 신이 나서 말했다. 집에 형을 하나 영입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부쩍 형! 형! 형 하고 있다.
제이리그 경기를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케이리그 개막식은 엄마랑 같이 갈 거라고 말했었는데? 내게 같이 가자고 한 건 그냥 예의상 해 본 말? 형이랑 갈 수 있음 가도 된다고 내가 말했었나?
여름 방학 때 이청용 선수 경기를 보러 독일 가자고 했었는데 여기도 형이랑 가고 싶겠구나. 이제 겨우 아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구나 싶어 좋았는데, 그동안 못 간 여행을 같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아이의 성장기간 동안 반복되는 일 중의 하나지만, 그래도 내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기쁘면서도 많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