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초 Mar 03. 2019

먹을 줄만 알았던 날

20181119

두부에 이어 고추장도 망한 것 같다. 지난 13일 밤에 엿기름물과 섞어놓은 보릿가루가 오늘 정도면 '진이 죽죽 나는 상태'가 돼 있어야 하는데, 표면이 말려놓은 누룽지처럼 딱딱한 데다 바닥 쪽에 닿은 면은 살짝 곰팡이도 슬었다. 중간에 고추장 할머니께 문자를 해서 사진을 보여드렸을 때엔 색깔은 맞다면서, 일단은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레시피에 적힌 5일이 지났고 오늘이 6일째다.

고춧가루랑 메주가루는 섞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레시피 1번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망한 이유를 알아야 같은 실수를 안 할 텐데... 일단 현재 상태의 사진으로 찍어서 고추장 할머니께 보내 놓았다.(일기를 올리고 난 뒤 할머니한테서 문자가 왔다.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얘기해 주신다. 담요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옮기는 첫날 바로 덮을 것, 하지만 레시피는 다음 날로 되어 있는데... 둘째, 스테인리스 그릇이 재료의 양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 보릿가루 2kg 정도일 때 이 정도 그릇을 쓰시는데, 내가 시작한 500g으로는 좀 더 작은 그릇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문자를 주고받은 분은 알고 보니 할머니의 며느리였고, 혹시 모르니 내일 할머니께 직접 연락을 해보라고 한다. ) 


평생을 먹어 온 음식인데도 만들어 보려니 이렇게 어렵다. 그릇의 크기며 담요 덮는 타이밍까지 영향을 미친다. 설명하신 그대로 한다고 한 건데도 결과물은 그대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실패한 부분을 극복해서 어찌어찌 방법은 익힌다 해도 '솜씨'가 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한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