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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Mar 03. 2019

두부 한 조각에 감동한 날

20181120 

망한 두부와 성공한 두부의 차이점 

1. 콩물을 끓이는 냄비의 크기 : 망한 날은 직경 25cm 깊이 13cm, 오늘은 직경 20cm 깊이 11cm. 콩 250g에서 나온 콩물을 끓이는 데 너무 큰 냄비는 필요가 없다. 콩물이 넘칠까 봐 큰 그릇을 선택했는데, 재료에 비해 너무 넓은 그릇을 쓰게 되면 옆면으로 눌어붙어 결과적으로 양만 줄어든다. 


2. 간수의 양과 넣는 타이밍 : 망한 날은 두부가 안 뭉쳐지는 게 간수 부족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넣었는데, 결과적으로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아주 조금씩, 뭉쳐지는 상태를 봐가면서 두 번에 나누어 넣었다.

'한 김이 나가고 나면 간수를 넣어'라는 레시피의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첫날은 거의 미지근해질 정도로 식힌 후에 간수를 넣었고, 오늘은 말 그대로 김만 살짝 뺀 후 여전히 뜨거운 상태에서 간수를 넣었다.

'한 김이 나가고'라는 말은 해보지 않으면 그 간격을 짐작할 수가 없고, 콩물의 양과 불의 세기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것 같다. 


3. 면포에 넣고 콩물을 짜는 횟수 혹은 강도: 망한 날은 한 번만 짜서 엄청난 양의 비지가 생겼는데, 오늘은 물을 부어 가면서 두어 번 짜서 비지의 양도 적고 비지의 모양도 파는 것과 비슷해졌다. 

작은 식빵 한 장 만한 크기의 두부가 칼날에 허물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썰릴 때엔 감동이었다. 살면서 두부 한 조각에 감동하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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