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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Mar 03. 2019

다들 성공한다는 날

“이건(막장) 다들 성공해서 가져오시더라고요.”

지난번 된장 담그기 교육 때, 명인의 며느리가 수강생들에게 말했다.  


교육장에서 조그만 용기에 담아준 막장이 있긴 했지만, 직접 해보고 싶었다. 해보려고 배운 거니까. 게다가 쉽다니까. 다들 만들어서 가지고 올 정도라니 더욱더! ㅎㅎ 


레시피를 보니 ‘보리쌀을 충분히 불려서’라고 쓰여 있다. 어제 오후 3시 20분에 불리기 시작했지만 저녁엔 귀찮아져서 하지 않았고, 담가야지 생각했을 즈음엔 17시간 40분이 지나 있었다. 17시간 40분이 지나치게 오래 불린 것인지 혹은 짧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충분히 불었을 거라고 믿고 전기밥솥 안에 넣은 다음 잡곡취사를 눌렀다. 


어? 밥솥이 안 된다. 5년 넘게 멀쩡하던 밥솥이 오늘 갑자기... 코드를 뺐다가 다시 꽂아보고 밥솥 안을 돌아다니는 마른 밥알들을 수거하는 등 응급조치를 해보았지만 계속 A/S를 받으라는 음성메시지만 흘러나왔다.

교육 때 배운 것과는 다르지만, 압력솥에 넣어 보리쌀을 찌기로 했다. 얼마나 쪄야 할지, 너무 오래 쪄서 보리밥이 타버릴까 봐 걱정이 돼서 오래 익히 지를 못했다. 질척하게 하라고 되어있는데, 진밥 정도이지 질척하지는 않았다. 20분 만에 불을 꺼서 그런 건가? 어쩔 수 없다. 물을 조금 많이 부어서 농도를 조절하는 수밖에. 


보리밥이 식은 다음에 메주가루(내가 만든 메주는 된장을 담을 때 쓸 거라 메주가루는 따로 구입했다), 소금, 물을 넣고 반죽하듯이 저었다.

고춧가루는 적당량이라고 되어 있어서 내 맘대로 흩뿌리듯이 넣었고,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해도 된다고 해서 소금과 함께 집에 있는 국간장을 조금 넣었다.

밥을 질척하게 하지 않아서일까? 명인의 며느리가 한 것 같은 비주얼은 나오지 않았다. 적힌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물을 넣고서야 조금 비슷해 보이는 비주얼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스테인리스 냄비에 담아 면포를 씌워 놓았다. 면포는 낮 동안의 햇빛과 통풍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유리뚜껑이 달린 항아리가 오면 옮겨 담으면 끝! 맛있게 숙성될 때까지 40일 정도를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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