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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Apr 14. 2019

닦달  혹은 응원하는 날

201903018 


“오늘 가만히 앉아있으니까 네 얘기가 생각나더라. 쓸 말이 없으면 그날 본 풍경이라도 그려보라고 했잖아. 그때… ”

“내가? 내가 그랬어?” 

곰곰 생각해보니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그날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든 엄마의 소중한 인생을 남겨보라고, 지금은 없어진 어렸을 때 집도 그리고, 우리는 모르고 엄마 기억 속에만 있는 이야기들을 적어보라고, 그리고 그 기록을 딸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시라 말한 적 있다. 

한 번인가 두 번? 달력의 뒷장에 볼펜으로 메모해 두신 것이 엄마가 시도한 일기의 전부였는데, 잔소리를 해도 회유를 해도 온갖 이유를 들어 일기를 쓸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집중하면 눈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냐, 또 뭐였더라? 

인내심을 갖고 몇 번 더 얘기를 해 봤지만 슬쩍 짜증을 내시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늘 엄마에게서 그때의 얘기가 먼저 나온 것이다.

“그럼 엄마, 하루 한 줄씩만 써봐. 딱 한 문장만… 이따 9시에 전화할게 불러줘.” 

“엄마, 불러 줘.”

“안 돼. 바빠.”

“뭐하는데?”

“눈에 약 넣어야 돼.”

“넣고 하면 돼지, 뭘.”

“아이고, 지금 복잡해서 안 돼. 그리고 집에만 있어서 쓸 게 없어.”

“집에 있는 엄마의 일상을 쓰라고. 10시에 다시 한다?”

“알았어, 알았어. 10시에 해.” 

약속보다 빠른 9시 27분에 전화가 왔다.

그리고 생각하신 문장을 내게 불러주셨다. 옛날이야기를 하실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자동차의 론칭 광고 카피 같기도 액션 영화의 예고편 카피 같기도 한 문장이 흘러나왔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분이었다니! 당장 내일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다. 와우~~~

비공개 밴드를 만들어 엄마의 첫 이야기를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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