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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Apr 14. 2019

엄마의 봄날

20190331


"내가 70년 전에 동네 친구들 허고 너물을 캔다고 우리 집에서 좀 떨어져 먼~ 데를 너물(나물)을 캔다고 갔는데, 그때 하늘은 쪽빛이고, 보리밭은 너~무 파랗고, 종달새가 지지배배~ 지지배배~ 날고, 그걸 지금도 생각 허면… 너무 좋아서 잊혀지지를 않는단다."

70년 전 엄마의 봄날이 휴대폰을 타고 내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단어의 길이, 단어 사이 쉼의 정도, 악센트, 특정 어절에서의 여운 등 목소리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엄마의 봄날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은 흠이 된다기보다 글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을, 탁 트인 보리밭을, 아기 종달새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사진으로도 남아있지 않은 12살 무렵 엄마의 모습을 나도 같이 떠올려 보았다.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돌아갈 수 없는 그날에 대한 엄마의 그리움이, 절절함이 내게도 스며드는 것 같다.

노래를 시키면 아주 수줍게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부르시던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오래전에 엄마의 옷장에서 사라진 진달래 색깔의 구식 한복, 그리고 너물 캐러 가던 날의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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