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의 법칙

노래 일기 마흔여섯

by 솔초

2018. 8. 22

3주를 쉬었더니 머릿속에서 노래가 지워질락 말락 하는 것 같다. 미세한 선율도 지워질락 말락, ‘하고 싶다’는 마음도 지워질락 말락, 마치 누가 시켜서 배우는 것처럼 살짝 귀찮은 마음까지 생기고, ‘선생님이 사정이 생겨서 또 못 오시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사실, 지난주 17일에 수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선생님이 못 오신 일이 있었다.

5분이라도 늦으면 미리 연락을 주시는 분이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오늘 3시, (오시는 거) 맞지요?”

하고 톡을 보냈더니,

보내자마자 답장이 왔다.


“선생님…”

카톡으로 얘기할 때는 호칭을 생략한 채 용건만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부르시는 건 처음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게다가 ‘선생님’ 뒤에 붙은 말줄임표(...)까지...

‘와우!! 못 오시는 걸까? 그냥 늦는 정도가 아닌 거야.^^’

“저 완전 잊어버렸네요.ㅜㅜ”

“휴우~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멀리 나와 있어서 다음 주에 해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노래 연습을 하면서 선생님을 기다리던 중이었는데도,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심지어 서울 어딘가에 계시고 다른 일정 끝내고 밤늦게라도 오신다고 하는 것보다 아예 못 오시는 게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마치 오늘 수업하기 싫었던 것처럼, 못 오시길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선생님은 학교 일정 때문에 수업을 잊으신 걸 너무 미안해하셨지만, 시험 끝난 날의 내 아이처럼 나는 완전 신이 나 있었다. 수업을 하기로 했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결국 오늘 3주 만에 노래 수업을 하게 되면서, 지난해방감이 남긴 흔적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

1주 만에 수업을 하게 되면 배운 것을 소화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벅차긴 해도, 최소한의 페이스는 유지할 수가 있다. 오늘처럼 3주 만에 하게 되면 과거로 돌아갔다가 수업이 끝날 무렵에야 겨우 현재로 되돌아오는 기분이다.


부르는 내내 나의 음 이탈을 내 귀로 확인하고, 그 와중에 틀리지 않으려고 용을 쓰고, 그러면서 과장되고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노래를 부른다. 소리가 지나가던 길들은 이물질이 쌓인 듯 울퉁불퉁해져서, 늘 내던 소리도 편히 내질 못했다. 오랜만에 고음을 쓰다 보니 소리도 잘 안 올라가서 음도 낮추어 불러야 했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것은 수많은 1주일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 같다. 2,3주 만의 수업은 내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마음속에 '1주일의 법칙' 같은 게 입력되어 있는 것일까? 살짝 힘들지만 시간을 쌓아가기에 좋은 시간!


지금 내게 필요한 건'1주일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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