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마흔다섯
2018. 8. 1
잦은 난봉가 2개의 절(節)을 새로 배우게 되었다.
지난 37번째 수업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넘어 넘어간다~’로 시작되는 절, ‘실죽 밀죽~’으로 시작되는 절, 그리고 ‘넘어 넘어간다~’와 선율은 같은데 한 옥타브 올려 부르는 ‘물속에 잠긴 달은~’으로 시작되는 절까지, 모두 세 절을 배웠다.
‘잦은 난봉가는 3개의 선율이 다른 가사에도 적용이 되니 3개를 잘 익혀두면 다른 가사의 절도 부를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잦은 난봉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왜 난봉가일까? 다른 말도 많은데^^’ 생각했었다. 내용은 사랑에 관한 얘기인데 난봉가라니! 쏙 썩이는 남편이나 연인에 대한 하소연인가 싶었고, 그렇다면 난봉꾼의 ‘난봉’과 같은 단어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다음 국어사전’과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난봉꾼은 한자어가 아니다. 단, 내가 갖고 있는 민요 가사집의 난봉가는 한자가,‘어려울 난’에 ‘만날 봉’을 쓴 ‘난봉(難逢)’이다. 난봉가의 '난봉'은 난봉꾼의 난봉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까지 배운 ‘잦은 난봉가’의 기사를 들여다보면,
(후렴은 공통이며, ‘에~헤 에헤야 어야 더야 어허야 어러럼마 디여라 내 사랑아’이다.)
‘넘어 넘어간다 넘어간다 자주 하는 난봉가는 훨훨 넘어간다’
: 누가 누구에게 넘어간다는 건지, 혹은 고개나 담장을 넘는다는 건지, 문장 성분이 과감하게 생략된 가사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담아 부르라는 여유 같은 게 느껴진다.
‘실죽 밀죽 잡아당길 줄만 알았지 생사람 죽는 줄 왜 몰라주나’
: 짝사랑하는 사람의 절규처럼 들린다.
‘물속에 잠긴 달은 잡힐 듯 말 듯 허구요 정든 님의 심중은 알 듯 말 듯하외다’
: 물속의 달이 잡히는 일은 없을 텐데, 노래 속의 님은 밀당의 고수 같다.
‘무정방초는 연년이 보건만 한 번 간 우리 님은 가고 영절이라’
: 은근하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내가 놀던 사랑아 한아름 덤썩 안고서 단둘이 놀던 사랑아’
: 이렇게 직설적으로 그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처음에 누군가 한 소절을 부르면서 잦은 난봉가의 시조 격인 최초의 한 절이 탄생했고, 다른 누군가가 한 소절을 보태다 보니 여러 선율이 생겨났을 것이며, 가사가 많아지면서 한꺼번에 묶어 부를 제목이 필요해졌을 것이다. 처음엔 나의 짐작처럼 난봉꾼의 난봉으로 썼다가 '저속하다'라고 욕을 먹어서 누군가가 한자를 슬쩍 붙여서 뜻을 알 수 없도록 위장했을 수도 있다. (저의 추측일 뿐, 학술적인 연구는 전혀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서도민요 선생님께 ‘왜 제목이 난봉가인지’를 질문했더니, 아래의 답변을 주셨다. 보내 주신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난봉가는 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제) 상상으로는 당시에 ‘사랑 얘기는 난잡스럽다’고 생각되어서 ‘난봉가’라고 제목을 붙인 것 같아요. 아니면 좀 자유스러움을 이야기하거나요.
그리고 난봉가라는 제목으로 많은 곡이 있어요. 긴 난봉가, 병신난봉가, 사설난봉가, 개성 난봉가 등등이요.
그냥 ○○ 타령 같이 ‘타령’이란 명칭을 황해도 지역에서 ‘난봉가’라고 칭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