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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컵밥 하나로도 충분한 날

20180503

전업주부인 내게 ‘밥을 한다’는 것은 ‘가족을 먹인다’는 의미가 더 크다.

아이가 수련회를 떠난 어제 이후 밥을 하지 않았다. 남이 해 준 밥이 먹고 싶을 땐 동네 식당에서 사 먹었다. 

알람도 끄고 평소보다 3시간이나 더 잤다. 아침밥을 생략하고 컵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재활용 쓰레기가 나오긴 했지만 대신 설거지거리가 없다. 집안에 사람이 나뿐이니 - 어제 남편은 회사에서 밤을 새웠다- 청소를 안 해도 집안이 깨끗하다. 매일 돌리던 세탁기도 하루 쉬었다. 


갑자기 없던 시간들이 어디서 쏟아져 나왔다 싶게 평소보다 여유로웠고, 나를 위한 일을 좀 더 할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으니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었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피곤하지 않았다. 

1. 하루 30분 겨우 하던 노래 연습을 1시간이나 했다.

2. 거의 한 달 동안 만져보지도 못한 기타를 1시간 반이나 쳤다. 

3. 아이의 과외선생님이 오시던 시간에 친구랑 커피를 마시고 2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다.

4.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할 수 있었다. 


학년 초, 아이의 학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수련회와 같은 외박 일정이다^^ 지리산을 갈까, 순천을 갈까, 멀리 사는 친구네를 갈까, 3월부터 어젯밤까지 두 달 여를 궁리했었지만 결론은 ‘소박한 나의 일상을 회복하자’는 것 ~~

노래 연습도 기운 빠지게 해 보고, 못 치던 기타도 치고, 아무도 집에 오지 않는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 

내년엔 3박 4일이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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